주호영 "이준석 만날 것..책임 있는 분 비대위 참여는 어려워"
이준석 전 대표 만나 법적 대응 자제 설득 의지
내분 책임 있는 윤핵관 비대위 참여 배제 시사
10월 전대 목소리엔 "비판 소지 있어" 부정적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취임 일성으로 “정부가 설익거나 소통이 부족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견제하겠다”며 당정 관계에 변화를 예고했다. 주 위원장은 “우리가 넘어진 이유는 정부ㆍ여당이 초심을 잃고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비대위 체제 전환의 직접적 원인이 된 당 내홍과 관련해서도 “분열된 조직은 필패”라며 “비대위의 첫째 임무는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속히 수습해 하나의 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주호영 “정부가 민심과 괴리되면 과감히 시정”
주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한 발만 더 헛디디면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이렇게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비장함으로 재무장하자”며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 위원장은 2020년 총선 참패 직후 ‘코로나 위기탈출 지원 법안 패키지’를 당의 1호 법안으로 처리한 사례를 언급하며 “특히 서민·중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을 내 일처럼 챙긴다는 것을 국민들께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당정 관계의 변화도 예고했다. 만 5세 초등학교 조기입학 등 민심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이 민심 이반을 가속화시켰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설익거나 소통이 부족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견제하겠다”며 “당정 협력이 필수이지만 민심의 창구인 당은 정부가 민심과 괴리되는 정책이나 조치를 할 때 이를 과감히 시정할 수 있어야만 당정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빠른 시간 내에 이준석 전 대표 만나고 싶어”
당내 갈등의 조속한 수습을 위해 이준석 전 대표를 “빠른 시간 내에 만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가처분 신청을 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이 전 대표를 직접 만나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열어주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 전 대표 측과 갈등을 빚어온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인사들의 비대위원 참여 가능성도 일축했다. 주 위원장은 ‘윤핵관 2선 후퇴 요구’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연직 비대위원의 참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상황이 이렇게 어려워진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비대위에 참여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닌가”라며 나머지 윤핵관 인사들의 참여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주 위원장은 “비대위의 첫째 임무는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속히 수습해 하나 되는 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고 집권을 위해 분골쇄신, 고군분투하던 때를 생각하면서 동지애를 회복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때에 갈등하고 분열하는 것은 역사와 국민과 당원들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이 가처분 신청을 낼 경우 “당 법률지원단의 도움을 받고, 필요하다면 전문적 법률가 도움을 받을 생각”이라고 원칙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혁신형 관리 비대위, 장기간 지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당내 갈등의 새 불씨가 되고 있는 비대위 성격과 활동 기간과 관련해서는 “혁신형 관리 비대위라고 명명하고 싶다”며 “가급적 비대위 체제가 장기간 지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비대위의 구체적 활동 기간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와 예산안 편성을 해야 하는데 여당이 2달 가까이 전당대회를 하는 건 비판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한다”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10월 조기 전대 개최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 향후 일정은 비대위가 구성되면 당원들의 중지를 모아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비대위 구성은 위원장을 포함, 9명 정도로 꾸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들의 생생한 민심을 담을 수 있도록 외부인사를 2, 3명가량 포함시키기로 했다. 인선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야 하고, 외부 인사는 검증 과정도 필요하다”며 “빠르면 주말, 늦어도 다음 주 초쯤엔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당 혁신을 위해 이 전 대표가 설치한 혁신위원회 활동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혁신과 변화는 늘 고통이 따르고 희생이 동반돼야 한다”며 “우리 당이 국민으로부터 더 사랑받을 수 있고, 당원으로부터는 자랑스러운 당이 되도록 하는 데 무슨 조치들이 필요한지 혁신위 결과를 받고, 비대위 기간 중에 이행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적극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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