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92일 만에..집권여당 '비대위 체제' 전환
비대위장 주호영..대통령실 동의
"책임 있는 분 비대위 참여 어렵다"
국민의힘이 9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출범했다. 유례없는 당대표 징계,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의 9급 공무원 발언·대통령 문자메시지 노출 등으로 리더십을 상실한 지도부를 교체하는 극약처방을 택한 것이다. 새 정부 출범 92일 만이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한 집권여당이 비상체제에 돌입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사진)은 “(총선에서 참패한) 2년 전 절박한 마음가짐과 자세로 돌아가자”며 초심을 강조했다.
비대위는 당 내분을 수습하고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을 회복해 국정동력을 유지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출발한다. 임기를 10개월여 남기고 해임된 이준석 대표의 반발, 비대위 성격과 활동 기간을 둘러싼 동상이몽으로 비대위가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이날 비대위 전환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지난 5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현 상황을 비대위 출범이 가능한 ‘비상상황’으로 규정한 데 이어 비대위 출범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당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비대면 전국위를 개회하며 “비대위는 조속히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응답(ARS) 전화 투표에는 전국위원 707명 중 509명이 참여해 약 90% 찬성률(찬성 457표, 반대 52표)로 대표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당헌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어 권 대행은 주호영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고, 주 의원은 이를 수락했다. 대통령실도 주호영 비대위 체제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대행은 비공개 화상 의원총회에서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추인받았다. 의원 115명 중 참석한 73명 전원이 동의했다. 속개된 전국위 ARS 투표에서 주 위원장 임명안이 가결됐다.
주 위원장은 당 밖 인사 2~3명을 포함해 9명 정도로 비대위를 꾸릴 뜻을 밝혔다. 주 위원장은 윤핵관의 비대위 참여에 대해 “상황이 어려운 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참여가 어려운 것 아닌가 싶다”고 부정적 뜻을 밝혔다. 비대위는 빠르면 이번 주말, 늦으면 다음주 초 정식 출범한다.
전국위의 압도적인 찬성률과 이 대표 주변 인사들의 비대위 힘 싣기는 정부·여당의 위기상황에 대한 당내 여론을 반영한다. 그만큼 ‘주호영 비대위’의 짐은 무겁다. 당장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거대야당을 상대하는 동시에 당 내분 해소와 지지율 회복, 민생 입법 등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실패할 경우 책임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지지율이 고착화될 경우 윤석열 정부는 정국 운영에 어려움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성격과 활동 기간, 전대 시기를 결정 않고 우선 비대위부터 띄운 것은 불안 요소다. 주 위원장은 일부 당권 주자들과 친윤(석열)계 일부가 10월 초쯤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는 데 대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있는데 여당이 전대를 두 달 가까이 하는 건 국민들 비판 소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권 대행 원내대표직 사퇴 요구도 당내에 상당하다. 이 대표는 이날 가처분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비대위는 이 대표의 법적 대응에도 공력을 쏟아야 한다.
정대연·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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