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무조정, 도덕적 해이 막되 은행 공적 책임 다해야

입력 2022. 8. 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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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상환 유예가 끝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실 대출에 대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하는 ‘새출발기금’이 출범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원금 감면율이 지나치게 크다며 은행권이 반발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들은 최근 감면율을 10~50%로 하향 조정하고, 감면대상도 줄이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은행의 속내는 이익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 두기 시행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은행은 최근 2년 연속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며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30조원으로 ‘새출발기금’을 설립해 자영업자·소상공인 25만명의 채무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연체 90일 이상의 부실 대출자에 대해 원금의 60~90%까지 깎아주기로 했다. 정부 예산으로 하는 정책이니 표면적으로 은행과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은행이 반발하는 것은 새출발기금 감면율이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빚을 못 갚을 상황에 처한 대출자는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 원금의 44~61%를 감면받는다. 새출발기금이 최대 90%까지 감면한다면 대출자와 신복위는 비슷한 수준의 감면을 요구할 수 있다. 은행으로선 감면율 상향에 따른 손실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과도한 원금 감면은 부실 대출을 양산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대출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 만큼, 채무조정은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금융위가 새출발기금의 90% 감면 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와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한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60~80% 감면은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에만 적용키로 했다. 그럼에도 은행권이 반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4대 시중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1억550만원에 이르고, 임원들은 최근 2년 새 성과급으로만 1인당 1억1200만원을 받았다. 은행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자신의 배를 불리는 동안 많은 시민은 코로나19로 고통받았다. 은행은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빚 못 갚았다는 이유만으로 동네 가게주인을 길거리로 내몰 수는 없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조만간 발표할 새출발기금 세부 방안에 원만하게 합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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