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권 석 달 만에 비대위 체제, 국민의힘은 각성해야
국민의힘이 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대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의원총회에선 권성동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5선의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해 추인받았다. 이후 전국위에서 주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하면서 집권 석 달 만에 여당이 비대위 체제로 바뀌는 사상 초유 사태를 맞게 됐다. 여당 대표가 성 비위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를 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집권 초반에 비대위 체제 돌입이라는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왜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렀는지 깊이 성찰하고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마땅하다.
국민의힘은 며칠 전 상임전국위원회가 비대위 전환을 추인하며 그 근거로 ‘비상상황’을 든 것처럼, 당 안팎으로 ‘비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민생을 보듬어야 할 여당이 경제·안보·방역 위기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당내 권력다툼에만 몰두했다.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권력투쟁을 주도하면서 이준석 대표 측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를 당했는데, 대안으로 들어선 권 직무대행 체제마저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로 허물어졌다. 비대위 카드까지 등장하면서 이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동 해임된 이 대표는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겠다고 밝혀 여진도 남았다.
‘주호영 비대위’는 집권당의 역할을 다시 새기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여당의 집안싸움은 내홍으로만 그치지 않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삶에 전가된다. 비대위는 ‘윤핵관’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인사 참사, 대통령실 사적 채용,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대통령실·정부의 과오에 대해선 분명히 제동을 걸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거수기 여당 노릇만 한다면, 당은 물론이려니와 윤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정·대의 중심축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그 결과는 민심 이반이다. 지난 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4%까지 떨어졌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임명 직후 “우리가 넘어진 이유는 초심을 잃고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며 “당은 정부가 민심과 괴리되는 정책이나 조치를 할 때 이를 과감히 시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다짐대로 하면 된다. 주호영 비대위가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윤석열 정부를 유능한 정부로 견인하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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