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피해로 국가가 비상인데..與, '비상 상황' 확정 짓고 비대위 출범
당이 '비상대책위원회'에만 정신 팔려 있을 때
바깥은 정말로 '비상 상황'..野, 尹정부 강하게 비판
김용태만 "책임 있는 보수정당 일원으로서
국가재난상황에 기자회견 취소"
국민의힘이 9일 현재의 당 상황이 ‘비상 상황’이라고 확정 짓고, 5선의 주호영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켰다. 서울에 전날 하루 동안 관측 사상 최고 강수량인 381.5㎜의 ‘물 폭탄’이 쏟아지며,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고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국가가 ‘비상 상황’인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1년 2개월 간의 이준석 지도부를 ‘비상 상황’이라는 이유로 종료시키고,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준석 대표는 ‘자동 해임’됐다.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가 끝나도 대표직 복귀가 불가능해졌다.
이를 위해 지난 5일 당 상임전국위원회가 현재의 당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판단했다. 이날은 전국위원회에서 후속조치로 당대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위해 ARS(자동응답) 방식의 투표도 진행했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이 주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어 이를 추인했다. 전국위는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회의를 재개해 ARS 방식으로 주호영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 표결을 실시해 가결됐다. 일사천리로 일사천리로 비대위 전환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로써 ‘국민의힘’ 당명으로 치른 첫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준석 지도부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후 1년 2개월 만에 끝났다. 다만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자동 해임’ 된 이 대표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는 방침을 밝혀, 법원의 판단이라는 변수는 남아 있다.
당이 온통 지난해 6월 전당대회로 출범한 이준석 지도부 종료와 비대위 체제 전환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폭우 피해 메시지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전국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어제, 오늘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사망하신 분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며 “우리 국민의힘은 이번 수해로 발생한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총 161자 짧은 메시지였다.
이와 달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주 내내 집중호우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고”라며 “정부는 관계기관과 비상 대응 체계를 유지해서, 더 이상의 인명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 역시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 중부지방의 추가 피해 방지와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관련 발언은 386자로, 권 원내대표의 두 배가 넘는 분량이다.
민주당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폭우 피해와 관련해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 대한 지원과, 침수 피해가구 및 건물에 대한 재해구호기금 등의 신속한 재정지원을 정부에 건의드린다”며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재난지원금 상향도 적극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유력 인사들의 폭우 피해와 관련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심각한 폭우 피해가 ‘비상 상황’이라는 점을 알고 대처한 인물도 국민의힘에 있었다.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당초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당 비대위 전환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려 했으나 취소했다.
김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책임있는 보수정당의 일원으로서 국가재난상황에 준하는 호우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취소하겠다”라며 “이 순간 무엇이 국가와 국민 그리고 당을 위해 중요한 것인지 고민했다”고 적었다. 이어 당 비대위 전환과 관련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당의 민주주의와 절차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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