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4 논란' 속에 왕이 만난 박진, 대중국 설득 어디까지

정승임 2022. 8. 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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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났다.

이번 회담은 우리 정부가 '칩4'(한국ㆍ미국ㆍ일본ㆍ대만)로 불리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대화' 예비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직후이자,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3불' 이행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최대 관심사는 우리 정부의 칩4 동참과 관련해 중국을 얼마나 납득시키느냐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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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득이하면 한국이 조정자 되길"
칩4 관련 중국 측 입장 선회 주목
박진(왼쪽)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인사의 방중이다. 이번 회담은 우리 정부가 ‘칩4’(한국ㆍ미국ㆍ일본ㆍ대만)로 불리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대화’ 예비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직후이자,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3불’ 이행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양국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이 회담 의제로 예상되면서 현 정부의 대중 외교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박 장관과 왕 부장은 이날 오후 칭다오 소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소수 인원이 배석하는 소인수 회담과 확대회담을 연달아 열고 △한국의 칩4 동참 △사드 3불 △북한 비핵화 △한중관계 발전 방안 등 양국 관심 사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수교 30주년(8월 24일)을 회고하고, 성숙하고 원숙한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교환될 것”이라며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도,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소통하면서 상호존중, 상호이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대 관심사는 우리 정부의 칩4 동참과 관련해 중국을 얼마나 납득시키느냐 여부다. 정부가 예비회담 참석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칩4 합류는 기정사실이 됐다. 이에 박 장관은 “특정 국가를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다”라며 중국 측 설득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전날 출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중국 측 우려가 있다면 해소할 수 있게 설명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은 칩4와 관련해 ‘중국 견제용’이라고 반발해왔다. 다만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이날 사설에서 “한국이 부득이 미국이 짠 소그룹에 합류해야 한다면 균형을 잡고 시정하는 역할을 하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한다”고 밝힌 것이 눈에 띈다. 한국의 참여를 막을 수 없게 된 이상, 조정자 역할을 기대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ㆍ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참여ㆍ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회담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앞서 사드 3불과 관련해 “우리의 안보 주권에 관한 사항으로 한중관계가 원만히 발전하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재중국 교민·기업인 화상간담회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2016년 보복 차원에서 시행한 한한령(중국 내 한류금지령) 해제가 논의됐는지 여부도 주목된다. 박 장관은 회담 의제와 관련해 “한국의 K팝과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콘텐츠가 폭넓게 중국에 소개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회담이 열린 칭다오도 과거 한중 문화교류의 중심 역할을 해온 곳이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으로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 대면회담이 어렵게 되자 우리 측에서 제안한 장소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은 현재도 “자국 내 한한령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장관은 회담에 앞서 재중 교민 및 기업인들과 화상으로 만나 “28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국 교역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양국 관계가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그간 중단됐던 정부 간 협의 채널을 본격 가동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칭다오=공동취재단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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