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靑 출신들, "왜 아파트에서 상황 관리했나" "尹 왜 퇴근했나"

손덕호 기자 2022. 8. 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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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국가위기상황엔 어찌 됐을지 끔찍"
최재성 "비서실장, 경호처장, 안보실장이 尹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져 집무실에 남겼어야"
尹, 어제 퇴근 상황 떠올려 "제 아파트 언덕에
있는데도 1층 침수될 정도..아래 쪽은 벌써 침수"

더불어민주당이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폭우 피해 대처가 미흡했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물들도 윤 대통령 비판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전날 밤 자택인 서초동 아파트에서 상황을 전화로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고, 윤 대통령이 전날 거센 비가 내리는 가운데 퇴근을 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발달장애인 가족이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한 다세대주택을 방문한 뒤 다른 피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멀쩡한 위기관리센터를 두고 왜 아파트에서 상황관리를 하나”라고 했다. 이어 “위기관리 센터는 전국 각 시군구와 실시간 연결되는 대한민국 재난 관리 컨트롤 타워”라며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해도 국정에는 공백이 없다고 장담하셨지만, 이게 뭐냐”고 물었다.

대통령실은 비슷한 야권 비판에 “대통령이 있는 곳이 결국은 상황실”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궤변은 그만 하라. 장수가 전쟁에서 있어야 할 곳은 전장이지, 집이 아니지 않느냐”며 “살고 계시는 아파트와 위기관리센터를 비교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윤 의원은 “대통령이 비에 갇혀 오도 가도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유 여하를 떠나, 국가안전 및 경호상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 피해 수준을 넘어 더 심각한 국가 위기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찌 되었을지 섬뜩하다”고 했다.

2020년 2월 20일 오전 고민정(왼쪽부터) 전 청와대 대변인,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미래통합당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발언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선DB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자택 주변 침수 피해로 현장 지휘가 불가능했고, 이 때문에 밤새 전화로 대응했다는 것”이라며 “전적으로 대통령실의 문제다. 이미 기록적 폭우가 예상됐던 만큼 애초부터 대통령을 귀가시키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수석은 “만약 저희(문재인 정부 청와대)라면 대통령의 안전을 비롯한 경호 문제는 물론, 재난 상황에서의 지휘 공백과 혹시 모를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귀가 대신 별도의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판단을 하라고 대통령실이 있는 것이다. 비서실, 경호처, 안보실의 수장들이 대통령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더라도 어제(8일)는 대통령을 집무실에 남겼어야 한다”고 썼다.

최 전 수석은 “어제 대한민국은 경호, 지휘, 안보에 있어 세 개의 큰 공백이 생겼다”며 “대통령실이 왜 있는지 존재 이유가 의문이 들 정도로 어제는 큰 사고를 쳤다. 자택 주변 침수로 대통령 본인의 안전 역시 위험한 상황에 놓였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관저와 대통령 집무실이 멀리 떨어지게 된 게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 전 수석은 같은 비판을 하면서, “이미 대통령의 사저 출퇴근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 대통령을 아무 생각없이 귀가토록 방치한 대통령실의 과오는 어처구니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책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은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밤 11시30분 호우 대처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 데 대해서도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지하 벙커에 있는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받고 체크해 진두지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지금은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폭우로 고립된 자택에서 전화통화로 총리에게 지시했다고 할 일을 했다 생각하시는 건 아니길 바란다”며 “대한민국의 재난재해의 총책임자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야권의 비판을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는 식의 야당 의원 지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은 어제 오후 9시부터 오늘 새벽 3시까지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고, 실시간으로 지침 및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8일 밤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대방향 도로가 침수돼 있다. /뉴스1

대통령실 설명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3시간 취침 후 다시 자택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 관계자는 “그리고 오늘 다시 새벽 6시부터 보고를 받으셨다”며 “그때 ‘어느 정도 비가 소강 상태에 갔고, 그런 점에 있어 바로 긴급 대책 회의를 열자’고 회의 개최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30분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집중호우 대처 관계기관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국무회의를 주재했고, 곧바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침수 피해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반지하 주택을 찾았다.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반지하 주택의 특성과 사고 경위 설명을 듣고, “신림동이 고지대면 지하라도 괜찮은데, 여기는 저지대이다 보니 도림천이 범람하면 바로 직격탄을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날 퇴근 상황에 대해 “아니, 어제 엄청난 것이, 서초동 제가 사는 아파트가 전체적으로는 언덕에 있는 아파트인데도 1층에 물이 들어와가지고 침수될 정도”라며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 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벌써 침수가 시작됐더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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