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훅 사건 음모론 배상 판결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이태영 텍사스대 저널리즘 박사과정 입력 2022. 8. 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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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 미국] 이태영 텍사스대 저널리즘 박사과정
이태영 텍사스대 저널리즘 박사과정

‘샌디훅 초등학교.’ 최근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사건 보도에서 종종 언급돼 국내에서도 꽤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2012년 20명의 아동을 포함, 26명이 총기난사로 희생된 코네티컷주의 학교로, 이 사건은 유밸디 사건과 함께 지난 10여년간 발생한 최악의 참사로 꼽힌다. 그런데 이 사건이 총기규제를 위한 음모에서 비롯된,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해온 사람이 있다. 바로 극우 음모론자인 알렉스 존스 (Alex Jones)다. 그가 최근 해당 사건의 유족에게 거액을 배상하게 됐다.

지난 4일과 5일, 텍사스 오스틴 지방법원에서 열린 명예훼손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존스에게 당시 6살 아들을 잃은 학부모에게 손실보상금 410만 달러(약53억원 상당)와 징벌적 손해배상금 4520만 달러(약 589억원 상당)를 지불하라고 평결했다. 피해 학부모가 요구한 1억50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존스의 악의적 음모론과 거짓말에 대한 첫 배상 평결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존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극우성향 음모론자로, 자신이 운영하는 가짜뉴스 사이트인 ‘인포워즈(Infowars)’를 통해 샌디훅 사건이 총기규제를 옹호하는 정치세력과 주류 언론에 의해 연출된 허위 사건이라고 거듭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그는 이번 재판을 포함 총 3건의 송사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그가 지금까지 해 온 허위주장은 이 뿐만이 아니다. 9·11 테러, 보스턴 폭탄테러 등이 미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최근 의사당 폭동 사태의 원인이 된 2020년 대선 조작설의 중심에도 그가 있다. 미국 공영라디오 채널 NPR은 존스가 최근 수십년간 국가적 트라우마를 일으킨 거의 모든 사건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했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중반 텍사스 지역 TV와 라디오 호스트로 이름을 알린 존스는, 1999년 인포워즈를 열고 본격적으로 각종 거짓 주장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지금과 같은 유명세를 타게 된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접점에서 비롯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트럼프와 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허위 주장을 함께 퍼뜨렸다. 이후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민주당 정치인들이 아동성애자 단체를 운영한다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등 트럼프 집권에 조력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초기부터 점차 주류담론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존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는 그와 그의 매체가 퍼뜨리는 허위 정보를 차단하기도 했다.

샌디훅 학부모들과 그의 이같은 문제적 행보를 지켜봐온 이들에게 이번 판결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그의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보상적 의미의 배상은 물론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린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라는 분위기다. 나머지 두 건의 재판에 대해서도 이번 평결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 결과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극우성향의 음모이론가들과 수백만명의 지지자들을 양성하고 일부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을 만큼 그의 영향력이 이미 너무나도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소셜미디어 활동이 차단된 후에도 각종 팟캐스트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지속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면서 세를 유지해왔다. 샌디훅 소송에서 배상금 지불을 피하려고 파산을 신청한 상태지만, 재판 과정에서 그가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인포워즈 웹사이트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해 1억6500만달러(약 2150억원 상당)를 벌어들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가 벌어들인 돈과 배상액을 비교하면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드는 건 필자 뿐이 아닌 모양이다. 거짓말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인과응보적 교훈이 아닌, 거짓말로 돈과 유명세를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학습효과가 우려된다는 글들이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게재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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