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 너와 하고 싶은 50가지

이상엽 기자 입력 2022. 8. 9. 19:14 수정 2022. 8. 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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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정원이에게, 엄마가..
엄마 아빠가 아이를 처음 안아본 순간
최정원(7)양은 3월 17일 코로나 확진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이의 그날을 기록합니다.

관련 기사 : [밀착카메라] 병상 없어 '응급실 이별'...확진 20시간 뒤 숨진 7살 (2022.08.01)

△194회, 41.5도
=3월 16일 오전 11시쯤 아이는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습니다. 엄마 아빠는 아이의 체온을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오후 3시쯤 보건소에 미리 연락해 전화번호 안내도 받았습니다. 저녁 늦게 혹시 연락이 안 되면 도움을 받지 못할까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구 거점병원이 어디인지도 확인했습니다. 오후 10시쯤 아이의 체온이 38도, 39도까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보건소가 알려준 번호 7개는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휴대전화 문제일까 싶어 엄마 아빠는 다른 휴대전화로도 여러 번 전화를 걸었습니다. 구 거점병원에 아이의 상태를 말하고 입원을 부탁했지만 병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아빠는 뉴스에서 확진자 급증 소식을 접한 뒤 우리 아이에게 치료의 기회가 없을까 불안했습니다. 엄마는 아이의 열이 내려가지 않자 밤 11시 30분쯤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10분 뒤 119가 왔고 이제 살았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하지만 구급차는 아파트 입구에서만 1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구급대원의 무전기에서 아이를 받아줄 병원이 없다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3월 17일 새벽 1시쯤 돼서야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맥박 194회, 체온 41.5도. 아이는 호흡이 가쁘고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습니다.
JTBC 뉴스룸

△오전 7시 56분
=의료진은 새벽 3시쯤 뇌척수액 검사를 하고 새벽 4시쯤 기도 삽관을 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뇌로 번졌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바스캄주(미다졸람주) 등 약물도 투입했지만 아이의 경련과 고열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새벽 5시쯤 경고음이 울리고 심전도 검사를 했습니다. 수차례 심폐소생술이 이어지는 동안 엄마 아빠는 서로 끌어안고 기도했습니다. 아이의 생존 가능성이 0%라는 의료진의 말을 들었을 때 엄마 아빠는 한 번만 더 심폐소생술을 부탁했습니다. 오전 7시 56분 의료진의 사망선고. 아이는 동전마술처럼 그대로 사라져버렸습니다.
JTBC 뉴스룸

△1시간 28분
=아이가 세상을 떠난 지 몇 시간 뒤 엄마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아이를 시신 안치실에 옮긴 직후였습니다. "어머니, 형사과 OOO경사입니다. 지금 제가 전화로 진술조서 하나 받을게요. 진술인 본인이 박선미 맞습니까?" "진술인은 최정원과 무슨 사이죠?" "진술인은 최정원이 사망한 경위를 어떻게 알게 됐어요?" "부모, 친구와의 관계는 어땠나요?" "아이 보험은 가입됐나요?". 아이의 사망 당일 엄마가 받아들이기 힘든 물음들이 이어졌습니다. 경찰과의 통화 1시간 28분. 경찰은 "진술인은 당사자에 대한 부검을 원하시나요?"라고 물었고 엄마는 "저는 부검을 원하지 않아요"라고 답했습니다. 경찰은 "평소에 아이가 간질이 없다는데 의사가 쓴 사망진단서는 '간질중첩증 의증'으로 판정됐어요"라며 "부검이라는 건 그쪽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원한다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일단은 의사나 경찰이 봤을 때 사망에 의심점이 있으면 검사의 지휘를 받아서 부검을 하게 돼 있어요. 일단은 어머니 쪽에 그냥 부검 의사를 묻긴 하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JTBC 뉴스룸

△4개월, 500원
=아이의 사망 4개월 뒤 7월 2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인은 "코로나19와 패혈증 등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아이의 부검 감정서를 받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 절차를 거쳐야만 했습니다. 아이의 죽음을 알려줄 6장의 값은 수수료 500원이었습니다. 의사는 아이가 왜 경련을 일으키는지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직접 사인을 간질중첩증 의증으로 쓴 것이고, 경찰의 부검 안내도 매뉴얼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아이가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부터 사망을 선고하기까지의 치료 과정에 대한 설명을 단 한 번도 듣지 못했고, 부검 이후 아이의 사인에 대해서도 경찰이나 국과수로부터 안내를 받지 못했습니다. 아빠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국가가 필요에 의해서 부검을 했으면 1차적인 건, 형사적인 건 없으니까 끝났더라도 설명을 해주는 게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경찰청 훈령 제8장 변사사건 사후관리 제27조. "변사사건 담당 팀장은 유족의 심리 상태 등을 고려하여 수사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부검 결과와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충분히 설명한다. 이 경우 전문 의학적 내용은 검안 의사 또는 부검의에게 설명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엄마가 경찰에 아이의 사인에 대해 물었지만 경찰은 "(사인이 언제 나오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부검 결과가) 어떤 원인으로 지연되는지 명확한 사유는 알 수 없고 (경찰은) 지연 통보만 받았습니다"라고 답할 뿐이었습니다.

△50가지
확진자 10만명대. 또다시 코로나 위기상황에 놓인 지금, 엄마는 제2, 제3의 정원이가 없기를 바랍니다. 만약 아이가 살아있다면 시간을 되돌려 아이와 꼭 하고 싶은 50가지를 떠올리면서...

1. 품에 안고 따뜻한 숨결 느끼기
2. 킥보드 탈 때 옆에서 함께 달리기
3. 유튜브 브이로그 찍기
4.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하기
5. 달리기하기
6. 줄넘기하기
7. 비눗방울 날리기
8. 등산하기
9. 공놀이하기
10. 배드민턴 하기
11. 끝말잇기 놀이하기
12. 공기놀이하기
13. 워터파크 가기
14. 놀이터 미끄럼틀 타기
15. 캠핑장 가기
16. 물총 놀이하기
17. 물고기 잡기
18. 돌담 쌓고 소원 빌기
19. 술래잡기 놀이하기
20. 먼저 잠들지 않기
21. 늦게 자도 괜찮다고 말하기
22. 손깍지 하기
23. 어부바하기
24. 달걀 프라이 얹은 짜장밥 먹기
25. 설렁탕 먹기
26. 미역국 먹기
27. 닭죽 먹기
28. 육전 먹기
29. 배즙 먹기
30. 바람 쐬기
31. 초성 퀴즈 풀기
32. 난센스 퀴즈 풀기
33. 대학교 구경하기
34. 손잡고 길 걷기
35. 공원 가기
36. 집에 친구들 초대하기
37. 감자탕집 놀이방 가기
38. 편의점 가기
39. 세차장 가기
40. 풀빌라 가기
41. 제주도 여행 가기
42. 달고나 만들기
43. 쿠키 만들기
44. 노래 부르기
45. 영화, 연극, 뮤지컬 보기
46. 피아노 방 꾸미기
47. 더 넓은 세상 보여주기
48. 가족사진 찍기
49. 사랑한다는 쪽지에 답장 쓰기
50. "엄마 딸 해줘서 고맙다" 말하기

https://youtu.be/uWRo0vN_n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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