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NEWS] 100년 만에 '물폭탄' 맞은 서울

7NEWS팀 2022. 8. 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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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7NEWS입니다. 어젯밤 서울과 수도권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102년 만에 일 강수량 기록마저 넘어선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은 물에 잠긴 밤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요즘 하늘이 참 야속합니다. 어제 물난리를 겪은 한 지인은 이렇게 이야기하더랍니다. “요근래 비 소식 한 번 없어서 사람을 그렇게 덥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비가 일시불(一時拂)로 내리면 어떡하느냐”고요. 또 오늘 사람들의 인삿말은 “밤새 비 피해는 없었느냐”였습니다.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뜻의 안녕(安寧)이란 말이 오늘은 본래 말 뜻대로 쓰인거죠.

어제의 강수량을 따져보면 기가 찰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8월 한 달 평균 강수량은 전국 282.6mm, 서울 348.2mm입니다. 어제 서울에 내린 비는 최대 380mm였습니다. 하루, 그것도 몇 시간 동안에 서울에 내릴 한 달치 비가 쏟아진 겁니다.

서울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승객이 타고 있는 버스에 물이 들어찼다. /독자 제공
강에 서식하는 것으로 보이는 물고기가 도로 위에서 발견됐다. 폭우로 강물이 범람해 도로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물고기도 휩쓸려 온 것으로 보인다. /독자 제공

다른 지역 피해도 말 못할 정도지만 특히 서울 강남권은 ‘물 폭탄’을 맞았습니다. 강남에는 퇴근 시간인 8시 전후부터 시간당 90mm 이상의 폭우가 시작돼 도로에서 차량 수백 대가 물에 잠겼고, 지하철 역사 안으로도 물이 들어찼습니다. 학원가로 유명한 대치동 사거리는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서 시민들은 헤엄치듯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차량은 물에 잠겨서 도로에 버리고 떠나야만 했고요. 정전된 아파트에, 진흙탕이 된 상가의 모습을 보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앞에서 침수된 차량의 보닛 위에 올라가 버틴 한 시민은 누리꾼들이 ‘서초동 현자’라는 별명까지 붙였습니다. 폭우로 주변은 물이 들어차서 침수된 자동차 위에 올라가 구조요청을 기다리는 모습이 허탈해보여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습니다.

한 남성이 본인 소유로 추정되는 차량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담기면서 누리꾼으로부터 '서초동 현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튿날 도로에 물이 빠지자 '서초동 현자'가 올라 탔던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이 차량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한국에서 가장 비싼 동네가 침수라니요. 사실 강남은 오목하고 지대가 낮은 항아리 지형이라 주변보다 지대가 10m 이상 낮습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은 인근 역 서초역보다 14m 낮은 지대에 있습니다. 8일 강남역이 물 웅덩이 빠진 것처럼 침수피해가 심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기존 하수시설도 배수가 원활치 않은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애초에 강남대로 지하 하수관로는 역경사가 생기도록 잘못 성치해 배수가 원활치 않은데다, 하수가 반포천 상류에만 집중되도록 배수로가 설계됐습니다. 하천 범람 위험이 큰 구조란 겁니다. 서울시는 1조4000억원을 들여 2016년 반포 유역분리터널 공사 등 하수시설 개선에 나섰지만 아직도 공사는 진행 중입니다.

인명 피해도 있었습니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사망 8명, 실종 7명, 부상 9명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비 소식은 아직 가시지 않았습니다. 오늘 밤부터 다시 수도권과 영서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50에서 100mm 안팎의 매우 강한 비가 예보돼 있습니다. 내일(10일) 낮부터는 충청과 남부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더 이상의 비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퇴근길도 폭우 쏟아진다... 수도권 시간당 최대 100㎜ 예보

기상청은 9일 밤에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비가 시간당 최대 100㎜의 강도로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10일부터는 호남과 영남 지역에도 비가 내릴 것으로 봤다. 기상청은 “수도권과 강원은 8일부터 많은 비가 내린 만큼 추가로 내리는 비에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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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퇴근시간대 대중교통 증편… 지하철 막차 연장은 안 해

중부지방 일대 집중 호우가 11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9일 서울시는 전날부터 시행한 비상수송대책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호우 경보 해제 시까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버스 집중 배차 시간을 30분 연장한다. 복구 작업으로 무정차 통과했던 9호선 동작역은 오후 6시에 정상 운행할 예정이다. 다만 지하철 막차 시간은 연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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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4000억 쏟았지만 또 당했다... 강남 침수 반복 3가지 이유

수도권 집중호우로 9일 서울 강남 일대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그 원인으로 강남 지형이 항아리처럼 오목한 모양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매 여름 반복되는 강남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2015년부터 예산 총 1조4000억원을 쏟아부어 하수관 용량 확대 등 개선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번 집중호우에는 속수무책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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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정전, 상가는 진흙탕… “전쟁터 된 강남, 피난 간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 일대에서는 전날 밤 시간당 100mm 이상의 ‘기습적 물폭탄’이 휩쓸고 간 흔적이 속속 드러났다. 상점과 아파트 단지에서는 침수·정전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대치동 미도아파트 입주민 권모(37)씨는 “전쟁을 겪은 것처럼 일상생활이 마비됐다”며 “복구가 늦어질 것 같은데, 아이들이 있어서 어떻게든 임시 거처를 구해 피난을 가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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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에 농작물 피해 불가피…추석 앞두고 물가 당국 비상

올 들어 7월까지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4.9%에 이르는 고물가 상황 속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리면서 물가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신선채소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6.0% 뛴 상황에서 기습 폭우로 인한 농산물 공급 차질로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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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위에서 비 멈추길 기다린다... ‘서초동 현자’까지 등장

저지대라서 피해가 많은 강남·서초 지역에선, 차들이 물에 잠겨 움직이지 못하자 차 위에 올라앉아 비가 멎기를 기다리는 시민도 있었다. 소셜미디어에선 ‘서초동 현자’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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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비 맞으며 배수관 청소… 침수된 강남역 등장한 ‘슈퍼맨’

지난 8일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겪은 강남역에서 각종 쓰레기로 막힌 빗물받이를 맨손으로 청소한 ‘슈퍼맨’이 등장했다. 빗물받이는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로변 등에 설치된 배수시설이다. 네티즌들은 “강남역 마동석이 나타났다” “여전히 이런 분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길에 쓰레기나 담배꽁초 버리는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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