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필요한 쏘카, '고평가 논란' 속 몸값 낮춰 IPO 강행
친시장 공모 및 흑자전환 실적 반영했으나 '비싸다'는 평가 탓
모빌리티 시장 급변.. "미룰 수 없다" 판단한 듯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유가증권시장 1호 유니콘 특례상장이자 기업공개(IPO) 대박을 노리던 카셰어링 기업 쏘카가 9일 몸값을 낮춰 공모를 진행하기로 했다. 애초 조 단위 시가총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에 미치지 못하게 됐다. 고평가 논란 및 투자심리 위축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관수요 예측 흥행에 실패했음에도 공모 강행을 결단한 만큼 상장 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쏘카는 이날 주당 공모가를 희망 수준대비 40%가량 낮춘 2만8000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애초 조단위 기업가치를 바랐으나 9418억 원에 그치며 조달자금도 1019억2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공모 물량도 기존 455만주에서 364만주로 20% 가량 줄였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하여 최대한 투자자 친화적으로 공모구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쏘카는 애초 3만4000~4만5000원의 공모가 밴드를 희망하며 1547억~2048억 원의 공모 규모를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56.07대 1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실패했다. 348개 참여 기관 중 83.3%인 290개 기관이 희방맨드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신주 100% 발행요건과 최대주주인 이재웅 쏘카 전 대표의 ‘SOQRI’를 비롯한 SK와 롯데렌탈 등 주요투자사가 상장 후 1년, 6개월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등 시장친화적인 공모 조건도 투심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고평가 논란이 결국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쏘카의 희망밴드에 대해 시장에서는 ‘비싸다’고 평가를 내린 것이다. 할인율을 낮추고 흑자로 전환한 2분기 실적을 반영하기 위해 공모 일정도 미뤘으나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쏘카는 공모가 산정 당시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비율’로 산정했는데 비교군이 국내 렌탈업계 1위인 롯데렌탈(089860)은 빠진 채 유사성이 낮은 글로벌 기업 위주로 산정했다. 쏘카가 희망했던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조5944억원으로 롯데렌탈의 1조3976억원보다 높다. 지난해 롯데렌탈은 매출액 2조4000억 원, 영업익 2450억 원을 기록했으나 쏘카는 매출 3000억 원, 영업손 200억 원에 그친 바 있다.
모빌리티 사업 확장 위한 ‘총알’ 확보가 배경
증권가에서는 쏘카의 이번 결정에 대해 “예정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2200대 까지 떨어졌던 증시가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2500선까지 반등했으나 얼어붙은 투심마저 깨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많았다. 또한 우버와 그랩 등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가 올초 대비 크게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쏘카가 국내 과점 기업이긴 하나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 내 경쟁 심화시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등 리스크가 있는 게 사실”이라 지적했다.
쏘카가 몸값을 낮추면서 상장을 강행하는 배경에는 운영자금 확보가 있다. 주력 서비스인 단기 카셰어링을 넘어 모빌리티 사업 확장 및 고도화를 예고한 만큼 ‘총알’이 필요하다. 쏘카는 “유입되는 공모 자금을 활용해 모빌리티 밸류체인 내 업체들과의 M&A,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다는 전략”이라며 “카셰어링은 물론 전기자전거, 공유 주차 플랫폼, KTX와 숙박 등의 예약이 가능한 ‘슈퍼앱’ 역량을 강화해 이동의 시작부터 마지막 단계를 모두 아우르는 총체적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쏘카는 연결기준 2분기 영업익이 흑자로 돌아선데다 앞으로 IPO 시장 활성화를 낙관할 수 없는 만큼 상장 절차를 미루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지난 3일 IPO 기자간담회 당시 기자들과 만나 “시장 상황이 어려운 건 맞지만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지금 상장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면 상장 후에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쏘카 일반 공모청약은 총 공모주식수의 25%인 91만 주를 대상으로 10일부터 이틀간 진행한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이며, 인수회사는 유안타증권이다.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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