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고 부딪히고..폭우와 함께 내려진 '맨홀 주의보'

신지인 기자 2022. 8. 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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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강남 대치역 사거리 인근 맨홀 뚜껑이 날아간 자리에 지나가던 차량의 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 독자 제공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열려버린 맨홀 뚜껑 때문에 도심 곳곳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 밤 사이 강남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앞, 도시철도 광화문역‧삼성역‧이수역‧잠실역‧대치역 일대의 맨홀에서 물기둥이 솟아오르거나 뚜껑이 날아가 주변 도로 아스팔트가 부서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관내 상‧하수도 등이 지나는 맨홀은 총 62만4318개다.

맨홀 부근 유속에 휩쓸려 주민 2명이 실종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8일 오후 10시 50분쯤 서울 서초구의 한 오피스텔 앞 도로 하수구 인근에 있던 주민 2명이 휩쓸려 현재까지 수색 중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빗물이 역류하면서 맨홀이 열렸고 유속이 심해 주민들이 빨려 들어 갔다”며 “수색은 일정 수위까지 물이 빠진 다음에 가능한데, 현재 하수구 내 물을 빼내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강남 CGV 앞 맨홀 뚜껑이 날아가지 않도록 벤치로 임시 고정해 놓은 모습. / 조윤정 인턴기자

맨홀 때문에 다친 시민도 많았다. 마포구 서교동에 사는 직장인 신유현(25)씨는 어제 저녁 7시쯤 퇴근길 망원역 인근에서 내려서 집으로 걸어가던 중 맨홀에 빠질 뻔했다. 신씨는 “빗물이 역류해 정강이까지 찼는데, 맨홀 뚜껑이 열린 걸 모르고 발을 헛디뎌 빠질 뻔했다”고 했다.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정모(29)씨는 “맨홀이 열린 줄 모르고 걷다가 뚜껑에 발가락을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며 “맨홀 뚜껑은 고정이 풀려 달그락거리기까지 했다”고 했다. 9일 오전 대치역 사거리에서는 도로 한복판에 있던 사각형 맨홀 뚜껑이 날아가 차량 바퀴가 빠지는 사고도 벌어졌다.

맨홀 뚜껑이 열리는 이유는 수압 때문이다. 일반적인 맨홀 뚜껑은 주철로 만들어져 무게가 약 최대 160kg에 달하는데, 집중 호우로 빗물이 불어나면 뚜껑이 견디는 힘보다 더 큰 압력이 작용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지대가 높고 낮은 곳의 하수관거가 모두 이어져 있는데, 상대적으로 저지대에 더 큰 압력이 가해진다”며 “서울의 상대적으로 저지대에 해당하는 강남 사거리, 대치동과 주변 산지에서 물이 모이는 광화문 일대가 취약지대”라고 했다.

한편,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체 전선의 영향으로 당분간 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맨홀 빠짐 사고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폭우가 길어지면서 수압은 더 커지고, 특히 도심 쓰레기 등 이물질이 배수관로에 끼면서 배수가 안 돼 사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사고의 우려가 있으니 최대한 가까이 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도로 위 맨홀 뚜껑이 폭우로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열려있는 모습. /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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