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확 낮춘 쏘카..'할인 전략' 먹힐까
상장 후 주가 흐름 두고 관측 엇갈려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중 하나인 쏘카가 몸값을 확 낮추고 코스피 시장에 출격한다. '공모가 거품'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싸늘한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회사는 공모가격과 공모물량을 하향 조정함으로써 시장 관문을 통과하는 전략을 택했다.
시장에서는 상장후 주가 흐름에 대해 예상이 엇갈린다. '여전히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과 '공모가 할인으로 주가 상승여력이 생겼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공모가 상단대비 38% 하향...시총 1조 밑으로
쏘카는 9일 내놓은 증권신고서에서 지난 4~5일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2만8000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회사가 제시한 희망 밴드(3만4000~4만5000원)의 상단 대비 38% 낮은 수준이다.
공모물량도 20%나 감소했다. 당초 455만주에 달하는 신주를 공모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364만주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예상 시가총액도 1조원대 밑으로 내려갔다. 희망밴드 상단과 상장 예정 주식 수를 곱한 값은 1조5944억원에 달했으나 이번에 확정된 공모가를 기준으로 하면 966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쏘카의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두 자릿수에 그쳤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은 총 348곳, 최종 경쟁률은 56.07대 1을 기록했다. 참여 기관의 74.5%는 희망밴드 하단인 3만4000원 미만의 가격을 적정가로 제시했다.
의무보유 확약을 건 기관도 거의 없었다. 확약 기간을 1개월 이상으로 제시한 기관은 아예 없었고, 상장 후 15일간 팔지 않기로 약속한 기관도 전체 신청 물량 1억1224만원 규모 가운데 0.2%에 불과했다. 나머지 99.8%는 미확약 물량이다. 미확약 물량은 상장 첫날부터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물량이 많을수록 주가 흐름에 악영향을 준다.
쏘카는 지난 3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성에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시장 한파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을 위시한 글로벌 긴축정책 속에 증시가 하방압력을 받으면서 쏘카와 마찬가지로 IPO 시장 도전 의사를 밝혔던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현대오일뱅크 등은 줄줄이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롯데렌탈 등 동종업계 기업의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점 역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작년 8월 상장한 롯데렌탈의 경우 주가가 상장일을 제외하고는 공모가(5만9000원)을 웃돈 적이 없다. 이후 쭉 하락곡선을 그리며 올 초에는 3만500원까지 추락했다. 9일 기준으로도 3만원대에 그치고 있다.
한순한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쏘카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대비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기관들이 국내 동종업계 기업과 비교해서도 차별성이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고 분석했다.
"상승여력 충분" vs "여전히 비싸"
시장에서는 쏘카의 상장 후 주가 흐름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공모가가 예상보다 저렴해지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가격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면서 모빌리티 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 역시 호재로 인식된다.
한순한 연구원은 "매크로 환경 영향으로 수요예측은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지만 주가 상승여력은 충분하다"며 "공모가가 낮아진 건 하반기 주가 상승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카셰어링 사업이 성수기이고 탑라인 성장과 지속적인 비용 개선이 확인된다면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부연했다.
반면 여전히 거품이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이미 회사가 제시한 희망밴드가 비싸기 때문에 공모가를 할인하더라도 여전히 비싸다고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펀더멘털이 입증된 회사가 상장하더라도 좋지 않은 시장 분위기 탓에 공모가 밑에서 거래되는 환경인 만큼 쏘카의 주가 상승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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