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물난리조차 정쟁도구 삼는 정치권

김미경 2022. 8. 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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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폭우피해 심각한데 뒷짐
대책·뒷수습보다 난타전에 몰두
"정치인 떠내려갔으면" 비판까지
尹대통령, 재난대응 시험대 될듯
피해 현장 찾은 尹 윤석열 대통령이 9일 폭우로 빌라 반지하에 고립돼 목숨을 잃은 발달장애 가족이 지내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폭우로 상심한 국민을 낙담시켰다. 여야가 폭우 대책마련과 뒷수습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 고립 지휘'를 놓고 난타전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폭우마저 정쟁 도구로 삼자 정치권 전문가들은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물에 떠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바랄 것"이라고까지 가시돋친 비판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9일 집중호우 점검 긴급회의를 개최한 뒤 세종에서 열기로 했던 국무회의도 정부서울청사에 열고 폭우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관계부처에 "국민이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부터 이날(오후 2시 기준)까지 서울에 450mm 이상, 경기권에 4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집중호우는 윤 대통령의 재난대응 능력을 재단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80년(비공식 115년) 만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사망·실종사고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해서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 안들어가고, 용산 대통령실로 옮기면서 우려가 나왔던 위기관리 시스템의 정상작동여부를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침수피해가 시작된 지난 8일 저녁 대통령실에서 퇴근해 서초구 자택으로 이동한 뒤 집에 머물면서 9일 새벽 3시까지 한덕수 국무총리 등과 전화 통화로 재난상황을 점검하고 지시를 내렸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가려다 서초구 주변이 침수돼 사실상 고립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명피해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는 언덕에 있는데도 1층이 침수될 정도였다"며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래쪽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했다.

사실상 퇴근 시점에 침수피해가 시작된 것을 인지했음을 인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재난대응에 있어 총체적 난국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수도권의 기록적 폭우에도 윤 대통령은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국민을 더 안타깝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비상위기 대응 자세"라고 했다. 조 대변인은 또 "자택에 고립된 대통령이 도대체 전화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대통령이 사실상 이재민이 되어버린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논평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참사라고 규정했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컨트롤 타워가 아닌 '폰트롤 타워'"라고 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야당이 재난상황마저 정쟁거리로 삼고 있다고 반발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100년만의 호우 피해 속에 정치 공세에만 열을 올리느냐"며 "국회 최다 의석수를 가진 제1야당이라면 우선 국회 차원에서 피해 복구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도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를 시도하는 민주당 논평에 유감을 표한다"며 "대통령이 자택에 고립됐다는 주장도, 집에 갇혀 아무 것도 못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호우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으며, 총리, 내각, 지자체와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제1야당으로서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여야가 양심들이 있으면 피해를 입은 국민 앞에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일단 사태 수습부터 해야할 일 아니냐"며 "곧 300~500㎜ 의 폭우가 다시 온다는데, 어떤 준비가 됐는지 점검해야지 기본이 안 돼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몇십년만에 터진 기록적인 폭우이기 때문에 누구의 책임이다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야권에서는 집에서 지시했다고 비판하는데, 외국 같은 경우는 대통령이나 수상이 따로 밖에서 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얼마든 있을 수 있다. 청와대 안에서 사는 것과 일장일단이 있는데 재난 상황을 정쟁의 소재로 삼으면 곤란하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여의도에 있지 말고, 이 물난리에 휩쓸려 나갔으면 하지 않을까 한다"면서 "다 떠나가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벌써 며칠 전부터 집중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뿌려질 것 같다는 예보가 있던 상황인만큼,책임론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서울시나 중앙정부나 선제적 대응에 미리 나서고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면 정쟁을 일삼는 사람들을 더욱 머쓱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임재섭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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