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신인 '뉴진스' 돌풍의 이유..'대세 역행'으로 대세됐다

최민지 기자 입력 2022. 8. 9. 18:07 수정 2022. 8. 9. 19: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걸크러시·칼군무·독특한 세계관 없어
향수 자극 '레트로 콘셉트'도 한몫
신인 걸그룹 ‘뉴진스(New Jeans)’. 어도어 제공

신인 걸그룹 뉴진스(New Jeans)가 무서운 기세로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데뷔와 동시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뉴진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9일 국내 음반 판매량 집계사이트 한터차트에 따르면 뉴진스의 데뷔 앨범 <뉴 진스(New Jeans)>는 발매 당일인 전날 하루 26만2815장 판매됐다. 이는 2019년 9월 이후 발표된 아이돌 그룹 데뷔 앨범 중 발매 1일차 최다 판매량이다. 선주문량 또한 44만장을 돌파했다. 음원 차트에서의 선전도 눈에 띈다. 첫 타이틀곡 ‘어텐션’은 최근 3년간 발매된 걸그룹 데뷔곡 중 최고 순위로 멜론 실시간 차트에 진입했다. 7일 한국 스포티파이 주간 차트 진입과 동시에 1위에 올랐다. 지난 4일 음악방송에서 트리플 타이틀곡 ‘어텐션’과 ‘하이프 보이’ ‘쿠키’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방송 활동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뉴진스는 BTS 소속사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의 첫 아이돌 그룹이다. SM엔터테인먼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으로 에프엑스, 샤이니 등 최정상 아이돌의 콘셉트를 진두지휘한 민희진씨가 2019년 하이브 합류 뒤 내놓은 첫 그룹이라는 점에서 ‘민희진 걸그룹’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아왔다. 민 대표이사는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포부와 ‘뉴 진스(New Genes)’가 되겠다는 각오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뉴진스의 약진은 ‘민희진 걸그룹’ ‘하이브 걸그룹’이라는 타이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뉴진스의 멤버는 민지(18)와 하니(18·베트남 국적), 다니엘(17·호주 국적), 해린(16), 혜인(14) 등 5명이다. 모두 10대로 구성됐는데 평균 연령 16.6세로 최근 데뷔한 걸그룹 중 가장 어리다.

멤버 전원이 10대라는 사실은 뉴진스의 핵심 정체성 중 하나다. 타이틀곡인 ‘어텐션’과 ‘하이프 보이’의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하이틴 영화’를 보는 듯한 장치들로 채워져 있다. 음악을 들으러 간 라이브클럽에서 엄마의 전화를 받거나, 친구 집에서 춤추며 놀다가 이를 영상으로 찍는 모습은 10대 소녀들의 일상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현재 주류가 된 ‘걸크러시’ 콘셉트와 차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뉴진스 멤버들은 뮤직비디오는 물론 무대에서도 옅은 화장과 수수한 옷차림을 고수한다. K팝 아이돌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칼군무’ 대신 비교적 단순한 안무를 선보인다. 초능력자, 아바타 등 자신들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설정해 팬덤을 모아온 다른 그룹과 달리 따로 세계관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철저히 계산된 자연스러움’을 통해 시장의 빈틈을 공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마케팅에서도 기존 공식을 역행하는 전략을 취한다. 뉴진스는 지난달 22일 자정 데뷔 음반 첫 번째 타이틀곡 ‘어텐션’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정식 데뷔 전 티저 영상 등을 통해 멤버를 한 명씩 공개, 분위기를 달군 뒤 마지막에 뮤직비디오를 내보내는 통상의 홍보 방식에서 벗어났다. 앨범 수록곡 4곡의 뮤직비디오를 사전에 모두 제작해 한꺼번에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룹 뉴진스의 공식 홈페이지. 2000년대 초반 휴대전화 화면과 같이 구성했다. 뉴진스 홈페이지 갈무리

향수를 자극하는 Y2K(Year 2000) 콘셉트 또한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멤버들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은 핑클과 S.E.S 등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활동한 걸그룹을 떠올리게 한다. 뉴진스 공식 홈페이지 또한 2000년대 휴대전화 화면에 당시 유행한 폰트, 이미지를 입혀 제작됐다. 전용 소통 애플리케이션 ‘포닝’도 2000년대 채팅앱처럼 디자인했다. CD 플레이어 모양의 가방인 ‘뉴진스 백’을 제작, 일부 음반 구성품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여기에 틱톡, 스냅챗과 같은 2020년대 10대 문화를 덧입혔다. 이러한 전략은 당시를 추억하는 기성세대와 이를 ‘힙한 뉴트로(새롭다는 의미의 ‘뉴’와 복고의 ‘레트로’의 합성어)’로 인식하는 10~20대 모두에게 통했다.

뉴진스의 음악과 이미지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기보다 최근 보기 어려웠던 ‘희귀한 무언가’를 건져올려낸 결과로 보인다. 뉴진스는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까.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