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의 과학풍경] 인공지능의 디지털 생물학 시대

한겨레 입력 2022. 8. 9. 18:05 수정 2022. 8. 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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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폴드'가 지금까지 알려진 거의 모든 단백질 종류인 2억1400만개의 3차원 구조를 해독해냈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단백질 구조 예측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백질 3차원 정보가 과학연구에 중요하면서도 그만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백, 수천개 아미노산 사슬로 구성된 단백질은 이리저리 접히며 복잡한 3차원 구조를 이루는데, 그 구조는 단백질의 생체기능에 큰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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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의 과학풍경]

단백질은 아미노산 사슬이 이리저리 접히면서 독특한 3차원 구조를 이룬다. 단백질 3차원 구조는 신약과 백신 개발을 비롯해 생명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그 구조를 파악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인공지능 알파폴드는 최근 아미노산 서열 정보를 바탕으로 2억1400만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해 연구자들에게 공개했다. 그림은 알파폴드 단백질 구조 데이터베이스(왼쪽)에서 검색된, 질병 저항성을 띠는 식물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알파폴드 데이터베이스 누리집 갈무리

오철우 |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폴드’가 지금까지 알려진 거의 모든 단백질 종류인 2억1400만개의 3차원 구조를 해독해냈다고 한다. 지난달 말 이 회사 최고경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단백질 전체 우주’를 포괄하는 이런 성취가 디지털 생물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단백질 구조 정보를 담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는 연구자들에게 공개됐다(alphafold.ebi.ac.uk). 박테리아부터 동식물, 인간에 이르기까지 생물 200만종의 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를 아미노산 서열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해냈다니 그의 선언이 허세로만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알파폴드는 단백질 35만개의 구조를 예측해내어 생명과학계의 떠들썩한 주목을 받았는데, 1년 만에 그 수가 2억개를 훌쩍 넘어섰다.

인공지능의 단백질 구조 예측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백질 3차원 정보가 과학연구에 중요하면서도 그만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백, 수천개 아미노산 사슬로 구성된 단백질은 이리저리 접히며 복잡한 3차원 구조를 이루는데, 그 구조는 단백질의 생체기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잘못 접힌 단백질 구조는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신약과 백신 개발 분야에서 약물 분자를 설계할 때 단백질 3차원 정보는 특히 중요하다.

신약 분야뿐 아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의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데에도, 생물종의 진화를 단백질 비교 분석으로 살피는 연구에도 단백질 정보가 활용된다. 인공지능은 단백질 3차원 분석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줬다. 그만큼 많은 단백질 3차원 정보를 활용해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연구들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알파폴드의 도약을 보면 인공지능의 역할이 과학연구에서 어디까지 나아갈지 궁금해진다. 시와 소설을 쓰고 그림과 음악을 창작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예술의 창의성에 관해 여러 물음이 제기됐듯이, 연구실 인공지능의 발전은 과학의 창의성에도 비슷한 물음을 던져줄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은 연구 결과를 최종 확인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단백질의 실제 구조를 정밀하게 확인하는 데에는 엑스선이나 극저온 전자현미경 분석이 여전히 필요하다. 돌연변이나 단백질들의 상호작용을 해석하는 데에도 아직 한계가 있다. 독성 있는 위험한 단백질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할 것이냐의 윤리와 책임 문제는 인공지능에 묻기 어렵다. 인공지능의 디지털 생물학 시대에는 가치 있는 물음을 제기하고 계산되지 않는 의미를 생각하며 인공지능의 장단점을 다룰 줄 아는 과학자의 창의성과 윤리가 더욱 부각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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