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3개월만에 결국 비대위..통합·지지율 회복 등 숙제 산적
위원장은 주호영..권성동 당연직으로 합류
차기 전당대회 시기 놓고 당내 갈등 커질듯
정기국회·국감·예결산 등 일정 차질 불가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도 안 돼 집권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선거 참패가 아닌 당 지도부 리스크로 비대위 체제를 꾸리게 되면서 국민의 시선이 따갑기만 하다.
더 큰 문제는 당 내부적으로 이번 비대위 전환과 이준석 대표체제 붕괴 사태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국 당 내홍이 법정 싸움으로 치닫게 됐다는 점이다.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비대위 활동 기간 및 전당대회 개최 시기, 비대위원 구성 문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 등에 따라 당장 다음 달에 열릴 정기국회에서 여당의 의정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 오전 국민의힘은 제3차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대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어 이날 오후 2시부터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대구 출신 5선의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발표한 뒤 참석한 의원(115명 중 73명 참석) 만장일치 의견으로 추인을 완료했다. 이후 당 전국위는 오후 3시30분부터 회의를 재개해 ARS 방식으로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90%의 찬성 의견(참여 전국위원 511명 중 463명 찬성·반대 48명)으로 주호영 비대위원장 임명을 가결했다.
이로써 오는 12일 열릴 예정인 당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최대 14명(비대위원장 제외) 비대위원을 임명하면 주호영호(號)는 공식 출범하게 된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은 원내대표 자격으로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합류한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92일, 사상 초유로 여당 대표가 당의 중징계로 자리를 떠난 지 33일 만에 여당은 비대위로 전환하게 됐다. 비대위가 출범해 이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회는 해산돼 이준석 지도부 체제는 사라지게 됐다.
비대위로 전환한 이후에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비대위 성격을 조기 전당대회를 위한 관리형으로 할지, 당의 체질과 쇄신을 위한 혁신형으로 할지를 정해야 하며, 비대위원 구성 문제 등도 결정해야 한다.
주 위원장은 추후 비대위원과 상의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전권을 쥐고 5개월 이상 활동하는 혁신형 비대위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기간이 풀린 직후라 또다시 이 대표가 당권에 도전할지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현재 당은 물론 정부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상황이라 조기 전당대회를 열기보다는 좀 더 길게 내년 이후에 당 지도부를 새로 꾸릴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우여곡절 끝에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여당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하다. 정권 초기 집권여당임에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4주 연속 오차범위 밖으로 뒤질 정도로 당 지지율이 낮은데다 친윤(친윤석열계)과 비윤(비윤석열계) 간 당내 갈등, 차기 지도부를 꾸릴 전당대회 준비 등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차기 당권을 잡기 위한 당 내부 물밑 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앞으로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윤(비윤석열계)의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 의원은 “이미 친윤 라인에 속한 일부 중진 의원이 비대위 전환을 결정하는 의원총회를 앞두고 일부 초선 의원에게 윤심을 강조하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지경인 현 상황을 만들어 놓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친이준석계가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프레임을 짜는 등 당내 혼란을 점차 키우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당 내홍이 깊어지면서 의정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당장 이번 달부터 정부 결산 심사가 진행되는데다 다음 달부터 차례로 열리는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 국정감사, 정부 예산안 심사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오는 2024년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천권이 걸려 있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권을 잡기 위한 당내 갈등은 더욱 극심해질 경우 정상적인 의정 활동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 정부 들어 첫 진행하는 국감, 예결산 심사인데다 내년에는 선거 영향으로 예결산 심사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어 당장 조기 전당대회를 열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원도 친윤 위주로 구성하면 당내 갈등이 커질 수 있어 최대한 중립성 있는 인사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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