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사라진 '주식 매도'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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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올해 역대급 하락장세에도 주식시장에서는 증권사의 '매도' 권유 보고서를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기업분석 보고서 7,356개 가운데 주식 매도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는 0.04%(3건)에 불과했다.
국내 증권사 33곳 중 31곳은 매도 보고서가 단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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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올해 역대급 하락장세에도 주식시장에서는 증권사의 ‘매도’ 권유 보고서를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기업분석 보고서 7,356개 가운데 주식 매도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는 0.04%(3건)에 불과했다. 투자 의견 중립 보고서도 5.61%(413건)에 그쳤다. 국내 증권사 33곳 중 31곳은 매도 보고서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주가가 반토막 나는 종목이 속출하는 장세에서도 전체 보고서의 절대 다수(94.35%)는 “주식을 계속 사라”는 매수 권유였던 셈이다.
□ 매수 추천 일색인 한국의 증권사 리포트 현실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오죽하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2013년 취임 후 “발간하는 리포트의 10%에는 반드시 매도 의견을 담겠다”는 선언까지 하고, 한때 전체의 8%가량을 매도 리포트로 채우기도 했다. 기업의 주가 전망이 좋든 나쁘든 오직 매수만 권유하는 보고서로 일관하는 것이 오히려 고객의 수익률을 망치는 원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 이런 기형적인 문화는 기업과 증권사의 ‘갑을 구조’ 때문이다. 기업은 증권사의 종목분석 대상인 동시에, 증권사에 대출, 주식ㆍ채권 발행, 인수합병(M&A) 자문 등을 맡기는 큰 고객이다. “주식을 팔라”며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가 해당 기업의 앙심이라도 사면 자칫 더 큰 돈줄이 막힐 수 있다. 여기에 주식 투자자의 수익률보다 거래 규모로 수수료를 챙기는 증권사 수익구조도 ‘영혼 없는 매수 추천’의 배경이 되고 있다.
□ 투자자 사이에선 증권사 보고서에 담긴 함의를 암호처럼 해석하는 방법도 회자된다. 중립 의견은 ‘사실상 매도’, 목표 주가 하향도 ‘매도로 알아들으면 된다’는 식이다. 아예 “증권사 보고서는 내용만 참고하고, 종합 의견은 무시하라”는 조언까지 나돌 정도다. 금융사의 생명은 신뢰인데, 우리 증권사들은 치명적인 불신의 리스크를 쌓고 있다. 리포트를 유료화해 독립적인 수익모델을 만들든지, 보고서를 생산하는 리서치센터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든지, 뭐든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용식 논설위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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