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개편 언급 말라"..교육부 차관에게 간 대통령실 쪽지

성승훈 입력 2022. 8.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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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위 여야 공방
답변 중인 차관에게 전달 포착
野 "권성연 비서관 출석하라"
與 "의견 전달이 무슨 문제냐"
野, 만 5세 취학 졸속정책 질타
"尹 책임있는 사과 한마디 안해"
교육부 "사실상 추진 어려워"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논란에
張차관 "대학검증 시스템 존중"
9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건네받은 쪽지에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이름과 함께 `오늘 상임위에서 취학연령 하향 관련 질문에…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김호영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에게 보낸 "학제 개편은 언급하지 마라"는 대통령실 쪽지가 유출되며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가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다"며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출석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주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실 의견을 전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9일 여야는 교육위 업무보고에서 △취학연령 하향 및 대통령실 지침 △교육부의 경제부처화 △김건희 여사 논문을 놓고 부딪혔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임명 35일 만에 물러났지만 신경전은 계속됐다. 특히 장 차관이 업무보고 중에 대통령실 지침이 담긴 쪽지를 받으면서 소동이 일었다.

민주당 소속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대통령실 비서관이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답변 중인 차관에게 '어떤 건 답변하지 마라'고 한 것이 온당한 일이냐"고 질타했다. 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도 "권 비서관은 할 말이 있으면 직접 나와 대통령실 의견을 전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지휘·통제 책임이 있다"며 "주요 현안에 대한 대통령실 의견을 전할 수 있다"고 받아쳤다. 다만 "소통 시간이 부족해서 전달받았다"는 장 차관의 해명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 의원은 "야당에 오해의 빌미를 주는 행동을 하지 마라"며 "소통을 회의 전에 했어야지 중간에 해서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있냐"고 질타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제출 요구에 답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민주당은 박 장관 사퇴의 원인을 제공한 취학연령 하향을 문제 삼았다. 유 위원장은 "만 5세 취학 문제로 박 전 장관 사퇴에까지 이르렀다"며 "초중등교육법 개정 사안인데 위원장과 양당 간사에게 보고, 협의하는 관행조차 무시됐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그는 "자질 없는 인사를 임명해 졸속 정책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트린 윤 대통령은 책임 있는 사과 한마디도 안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정과제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정책이 박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독대 자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차관은 "(취학연령 하한은) 폐기하거나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단 말씀을 드리진 못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한다"며 몸을 낮췄다. 이어 "사전 협의 과정이 미흡했던 점은 반성할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양당은 '교육부는 경제부처'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서도 충돌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교육 얘기를 하며 공급·수요를 거리낌 없이 쓰고 있는데 시장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교육관이 팽배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갑자기 대통령 얘기를 왜 하느냐"며 "상당히 유감스러운 발언"이라고 맞받았다.

야권은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꺼내들며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출신인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교육부가 재빨리 자체조사를 하고 국민대를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배후설을 제기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국민대 조사위원회 명단과 회의록 제출을 압박했다. 장 차관은 "대학 검증 시스템을 일단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또 "논문에 대해 대학 검증 결과가 있으면 특정인이 누구냐는 것과 상관없이 결과를 존중해왔다"며 "조사위원회별로 어떤 절차를 거치고 어디를 대상으로 했는지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자율성 침해"라고 덧붙였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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