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환승에 2시간 걸렸어요".. 폭우 출근전쟁, 해법은 '각자도생'

나광현 2022. 8. 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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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물난리로 직격탄을 맞은 건 직장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9호선 동작역 등 일부 역사가 침수되면서 운행에 차질이 빚어져 많은 직장인들이 이튿날 오전 내내 출근 전쟁을 치러야 했다.

오전 동작역을 찾았을 때 9호선 역사로 이어지는 통로는 폐쇄돼 있었다.

일부 직장인들은 역사 인근에 자리를 잡고 업무를 하거나 아예 도보 출근을 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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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폭우로 9호선 일부구간 운행 중단
뒤늦게 안 출근길 시민들, 발만 동동 굴러
안내 오류에 '오지 않는 버스' 기다리기도
"우회경로·걷기·출근 포기".. 출근길 백태
퇴근길은 '대란' 없어.. 서둘러 귀가하기도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역 앞 버스 정류소에서 시민들이 차량 통제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서초동에 사는 직장인 김도영(45)씨는 평소 고속터미널역에서 지하철 9호선 급행을 타고 여의도로 출근한다. 하지만 전날 밤 폭우로 9호선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된 탓에 그는 9일 때아닌 ‘지하철 투어’를 해야 했다. 남부터미널역(3호선)→고속터미널역(7호선)→이수역(4호선)→삼각지역(6호선)→공덕역(5호선) 등 네 번이나 지하철을 갈아탄 끝에 여의도역에 도착한 것. 김씨는 “원래 오전 7시 10분에 나오면 8시쯤 직장에 도착하지만, 더 빨리 나왔는데도 가까스로 오전 9시 출근 시간에 맞췄다”고 불평했다.

8일 서울 물난리로 직격탄을 맞은 건 직장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9호선 동작역 등 일부 역사가 침수되면서 운행에 차질이 빚어져 많은 직장인들이 이튿날 오전 내내 출근 전쟁을 치러야 했다. 제대로 된 안내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시민들은우회로를 찾거나 걸어가는 등 각자 살길을 찾는 모습이었다.


"9호선 안 간다고요?"... 지하철도 버스도 감감무소식

9일 오전 서울 지하철 4·9호선 동작역에서 역무원이 4호선에서 막 내린 시민들에게 9호선 환승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뒤로 출입이 통제된 9호선 환승 통로가 보인다. 나광현 기자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따르면, 이날 9호선은 첫차부터 오후 2시까지 노들역~사평역 구간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9호선 관계자는 “전날 동작역으로 유입된 빗물이 구반포역까지 흘러 선로를 침수시켰다”고 설명했다. 오전 동작역을 찾았을 때 9호선 역사로 이어지는 통로는 폐쇄돼 있었다.

그러나 출근길 시민들은 동작역에 도착하고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오전 8시쯤 4호선 동작역에서 내리자마자 역무원은 “환승이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곧장 “선유도는 어떻게 가느냐” “마곡행 대체편은 있느냐” 등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이런 풍경은 4호선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반복됐다.

9일 오전 서울지하철 9호선 동작역 역사에 우회 경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나광현 기자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6번 출구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라”는 안내에 따라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버스정류장 전광판에는 ‘곧 도착’한다는 문구만 뜰 뿐, 기다리는 360ㆍ361 버스는 1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진입로인 사평대로 일부 구간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현장을 청소하러 온 동작구청 직원들이 뒤늦게 “버스가 안 선다”고 알리자, 시민들은 다시 역 안으로 들어가 “왜 오지도 않는 버스를 타라고 했느냐”고 항의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역사 관계자들도 도로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해 혼란에 혼란을 거듭한 셈이다.


"그래도 출근"... 퇴근길은 비교적 수월

출근 시간이 훌쩍 지난 9일 오전 9시 4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3번 출구 앞 버스 정류장에 강남으로 가는 640번 버스를 타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도형 기자

결국 의지할 건 휴대폰밖에 없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우회 경로를 찾느라 휴대폰에 얼굴을 묻은 시민이 많았다. 오전 10시쯤 7호선 열차에서 만난 조모(44)씨는 평소 신논현역에서 9호선을 타고 출근하지만, 이날은 4번 환승해 김포공항역에 도착했다. 조씨는 진이 빠졌는지 “참 눈물 나는 상황”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일부 직장인들은 역사 인근에 자리를 잡고 업무를 하거나 아예 도보 출근을 택하기도 했다. 노량진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직장인 한모(33)씨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일 좀 하다가 여유가 생기면 회사로 갈 생각”이라며 노트북을 켰다. 장모(54)씨는 “오지 않는 차를 기다릴 바에야 걸어가겠다”면서 빗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퇴근길은 숨통이 트였다. 9호선이 오후부터 정상 운영하고, 시민들 스스로 철저히 준비한 덕에 ‘대란’에 가까운 불편은 겪지 않았다. 오후 6시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는 9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은 인파가 갑자기 몰리며 대기줄이 한때 약 150m까지 길게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정도면 감지덕지란 반응이었다. 김성훈(30)씨는 “출근 때 너무 고생을 해 걱정이 많았는데 지하철 운행이 재개돼서 다행”이라고 했다.

2호선 강남역 일대도 버스와 지하철로 인원이 분산되면서 비교적 원활한 흐름을 보였다. 평소 버스를 이용하는 이모(24)씨는 “또 도로 위에서 표류될까 봐 신분당선을 타려고 한다”며 강남역으로 향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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