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개편 침묵' 지령받은 교육차관 "5살 취학, 어려워" 곤혹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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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만 5살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학제 개편안에 대해 9일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며 정책 폐기 의사를 밝혔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날 학제 개편안과 관련된 정책 혼선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교육부도 사회적 반발을 부른 정책을 밀어붙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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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개편·대국민 설문조사 등 언급말라"
장상윤 차관 손에 대통령실 쪽지 논란 불러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만 5살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학제 개편안에 대해 9일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며 정책 폐기 의사를 밝혔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날 학제 개편안과 관련된 정책 혼선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교육부도 사회적 반발을 부른 정책을 밀어붙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장 차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교육부 업무 계획을 보고하기 위해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당초 박 전 부총리가 교육위원회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사퇴하면서 장 차관이 이를 대행했다.
이날 회의의 주요 관심사는 만 5살 조기취학 정책의 향방이었다. 박 전 부총리가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밝히고 물러난 이후, 조기취학도 당초 교육부의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교육부가 지난 5일 교육위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도 ‘초등 입학연령 하향’과 같은 명시적인 계획은 빠지고 ‘조기에 양질의 교육 제공’이라는 다소 모호한 문구가 들어갔다. 앞서 지난달 29일 발표된 윤석열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는 ‘초등 입학연령 하향 등으로 격차 없는 성장을 지원’이라는 문구가 담긴 바 있다.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 차관에게 “열흘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만 5살 초등 입학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장 차관은 “정책 취지는 교육과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로 (만 5살 입학은) 수단의 하나”라며 “정부는 그 안을 계속 고집하거나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유 의원이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다는 말로 받아들여도 되느냐”고 묻자, 장 차관은 “이 자리에서 ‘폐기한다’는 말씀은 못 드리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장 차관은 장관 대행으로서 정책 추진으로 혼란이 벌어진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송구스럽다”고 답했다가, 강 의원이 재차 사과를 요구하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초등 입학연령 하향이나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등 사회적 파장이 큰 계획이 갑작스레 발표된 배경도 추궁했다. 모두 윤 대통령 공약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새로 등장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교육부가 설익은 아이디어를 대통령 업무보고에 내놓고 국민께 발표해 혼란만 초래했다. 확정 안 된 일을 정권 초에, 출처가 대체 어디이기에 갑자기 꺼냈느냐”고 물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교육부) 실·국에서 위로 올라간 것이냐, 대통령실에서 내려왔느냐”고 따졌다. 장 차관은 “특정 개인 아이디어로 나온 게 아니다”라거나 “논의 과정에서 나온 안”이라고만 답했다. 외고 폐지를 두고는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외고 폐지라는 말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브리핑 과정에서 기자 질의에 (응답하다가 나온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장 차관의 손에 ‘학제개편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대통령실 전달 사항이 담긴 쪽지가 들려있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쪽지에는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과 ‘오늘 상임위에서는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 국교위(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의견수렴, 대국민 설문조사, 학제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차관은 여기 와서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컨트롤 타워는 대통령 비서관들이 배후에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차관은 “교육비서관의 의견을 교육부 직원이 전달받고 제게 메모로 (준 것)”이라며 “의견을 전달한 것이지 답변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해명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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