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초고가 아파트도 신축 아파트도 침수에 누수.. 건설사 책임은 어디까지?

지하주차장 잠기고, 빗물 새고…

지난 8일 서울·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강남·서초 일대 등 서울 주요 고급 아파트 단지들에서도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주거지에서 누수나 침수 피해를 겪을 경우 시공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할 수 있지만, 이례적인 강수량이나 기록적인 폭우는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어 객관적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9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에 내린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강남3구 일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물이 고이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주차장이 물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는 이날 지하주차장 1층에 물이 흘러 들어오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 단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주하는 곳으로, 윤 대통령은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가 언덕에 있는데도 1층에 지금 물이 들어와서 침수될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 자이’에서도 내부에 주차된 차들이 물에 절반 이상 잠겼다. ‘서초그랑자이’ 아파트 주차장 입구와 주차장 내부, 일부 벽에도 빗물이 새고 물이 흘렀다.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 엘스’ 역시 폭우로 인해 지하주차장 길목에 물이 고였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물이 고이는 것은 배수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공사 당시 건축법 등에 근거해 배수시설을 만드는데, 일반적인 평균 강수량을 기준으로 시공한다. 8일과 같은 시간당 100㎜ 이상의 이례적인 폭우를 배수시설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천재지변에 의한 피해는 건설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건설사의 시공 잘못으로 인한 하자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냐, 이례적인 자연재해냐가 쟁점”이라면서 “지하주차장이 침수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설계랑 다르게 지어졌다거나 하는 문제가 없는 이상 (건설사에)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시공사가 이 정도의 비의 양을 배수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의무는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아마 설계도에 반영도 안 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책임을 따져도 시공사 잘못은 없다고 나올 확률이 높다”고 했다.

다만 신축 아파트의 내부 누수 문제는 시공사와 책임을 따져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1월 입주한 서울 송파구 시그니처 롯데캐슬의 경우 지난 6월 비가 온 뒤 지하주차장에 물이 고이고 가구 천장에서 물이 새는 문제가 발생했다. 의정부 센트럴 자이 역시 입주를 시작한 직후인 지난 7월 비가 오고 난 이후 지하주차장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 누수가 발생했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빗물이 고여있다. /뉴스1

이 같은 경우 하자 담보책임을 시공사에 물을 수 있다. 건설사의 하자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것이 입증되고 담보책임 기간 내에 발생했을 경우 손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자 담보책임 기간은 통상 급배수는 2년, 실내건축이나 토공은 1~2년, 지붕이나 방수는 3년이다. 외벽의 문제인 경우 5~10년까지도 가능하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지하주차장이거나 계단, 복도 등 공용공간일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입대위)가 시공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아파트 전체적으로 개별 가구의 전용공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소유자들이 입대위에 손해배상청구 권한을 이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하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유동규 변호사는 “누수냐 침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자로 볼 수 있는지 판단이 중요하다”면서 “시설물에 갖춰야 할 성능과 성상이 설계에 따라 제대로 구현됐는지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예림 변호사는 “대부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고 나서 보수는 하청업체에 맡기는데, 하청업체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브랜드 가치 제고 측면에서 건설사가 책임감을 갖고 하자보수를 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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