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17조 빠진 M&A시장..활기 되찾을까 [시그널 INSIDE]
상반기 거래액 17% 줄어 83조
금리 급등에 자금 조달도 부담
PEF 운용사들마저 투자 신중
식음료 등 다양한 매물 쏟아져
"가격 눈높이 조정이 관건" 전망
올 상반기 급격한 금리 인상 속 주식시장과 기업 실적이 약화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M&A 시장은 100조 원 이상의 거래를 기록한 반면 올해 거래 규모는 20% 줄었다. 하반기에는 위축된 M&A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9일 블룸버그가 발표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M&A 거래 규모는 639억 달러(약 83조 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년도 거래 규모인 100조 원과 비교해 약 16.8%가량 줄어든 규모다. 상반기 누적 거래 건수는 총 1655건을 기록했다.
시장 유동성이 메마른 가운데 M&A 시장에는 다양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롯데리아를 제외한 국내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 기업을 비롯해 매드포갈릭과 바스버거 등 다수의 식음료 기업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섰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는 조 단위 매각가가 예상되는 롯데카드와 모던하우스 등의 매각에 시동을 걸었다. 현대LNG해운과 에이블씨엔씨(078520)·프리드라이프 등 투자금 회수를 앞둔 잠재 매물도 다수다.
다만 거래 체결에는 좀처럼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금리 급등에 따라 인수금융 조달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 출자자를 구하기 위해 기관투자가 20곳에 문의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기업은 물론 재무적투자자(FI)인 PEF 운용사마저 투자에 신중을 기하면서 지난해와 달리 조 단위 매물의 거래 성사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최근 유력 원매자인 LX그룹이 인수전에서 이탈하면서 매각 작업에 힘이 빠졌다. 한앤컴퍼니와 베인캐피탈 등 FI도 인수를 검토 중이나 인수금융을 활용해 1조 2000억 원의 매그나칩반도체를 단독 인수하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다. 전략적투자자(SI)인 LX그룹마저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한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도 카카오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동시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인수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대 1조 원을 목표로 투자금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텍사스퍼시픽그룹(TPG)·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블랙록을 비롯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길게는 1년째 투자를 검토만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J그룹과 에스엠이 다시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KT클라우드는 최근 8000억 원을 목표로 투자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기업 실적과 관계없는 거시경제 상황으로 투자자 확보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 밖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매각 중인 버거킹은 BHC그룹과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여전히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투자 주체들이 ‘로키(low key)’ 모드에 접어들면서 인수자를 확보한 후 거래 체결 과정에서도 신중론이 대세다. 쌍용건설과 인수 예정자 글로벌세아 측은 이르면 이달 중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있다. 10월에 거래 종결을 계획해왔으나 인수 마무리까지 품을 들이면서 매도자 및 인수자 간 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매각 작업은 해를 넘겨 내년 중 종결이 예상된다.
KG그룹의 KFC는 1000억 원의 희망 몸값을 내세웠으나 수개월째 매수 움직임이 없다. KFC는 버거킹과 맘스터치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물 가운데 비교적 낮은 인수 가격이나, 투자 심리마저 얼어붙으면서 인수자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경영권 거래가 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기업에 이어 사모펀드까지 신중 모드에 돌입하면서 거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매도자와 인수자의 거래 가격 눈높이 차가 일부 좁혀질 경우 하반기 시장이 일부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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