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는 밥'..제대로 맛있게 먹는 독서 기법 [서평]

김정한 기자 2022. 8. 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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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노하우 담은 독서 지침서
다양한 고전도 만날 수 있어
책이라는 밥 표지(와이즈베리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컴퓨터가 책을 대체할 수는 없다."(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 소프트(MS) 회장)

"대학 초년 시절 고전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고전의 바다에 빠질 수 있었던 게 애플 컴퓨터의 오늘을 만든 힘이다."(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명사들이 책을 어떻게 생각하지 잘 알게하는 말들이다. 그런데 이들 보다 먼저 책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이 간단한 진리를 설파해 온 사람이 있다. 법조인보다 독서인으로 더 유명한 이석연 변호사다.

저자는 '책이라는 밥'을 통해 "인생의 해답은 책 속에 있다"며 제대로 먹는 독서 기법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인터넷에 온갖 정보가 다 들어 있는 요즘, 책의 존재 의미 및 출판 시장 존속 여부에 대한 논쟁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와 관련해 법제처장을 지낸 저자는 오히려 지금, 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결국 책과 독서를 통해서 지식과 지혜를 넓힌 사람이 인터넷 세계도 주도하게끔 되어 있다"고 말한다.

책이 밥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양식이라는 의미다. 흔히 말하는 마음의 양식이다. 즉, 독서에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독서는 매일 먹는 밥과 같다. 영혼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마음의 밥이다. 그래서 지금은 더욱 독서를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처럼 책의 중요성이 불변의 진리라면, 다음 궁금증은 과연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 것이냐로 모아진다.

이 책이 중점을 둔 부분이 바로 유용하고 효율적인 독서 방법의 소개다. 그 해답은 '유목적 읽기 기술'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유목적 독서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건너뛰며 읽기, 밑줄을 치기, 베껴 쓰기, 좋은 문장을 외우기, 독서 메모하기, 일기 작성하기 등이다.

독서 방법을 터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많은 책 속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영양만점의 양식을 어떻게 가려낼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진정으로 지혜와 감동을 주고 삶의 변화와 행동을 이끌어줄 책은 고전이라는 것이다. 얄팍한 유행을 따르고, 찰나적이고, 변화무쌍한 시대에 편승하는 책은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은 약 10년 전 '책, 인생을 사로잡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제법 연륜을 지닌 출간물이다. 이후 10쇄가 넘게 판을 거듭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다가 이번에 '책이라는 밥'이라는 새로운 제목과 함께 수정·보완됐다.

이 책은 제1부 '독서는 기술이다', 제2부 '젊은 시절부터 내 곁을 떠나지 않았던 책', 제3부 '지혜와 감동을 준, 삶의 변화와 행동을 이끌어줄 추천의 책', 제4부 '나의 독서노트'로 이뤄졌다.

전작과 다른 점은 1부에서 11장 '깊이의 독서, 니체와 독서', 12장 '다르게 읽어야 성공한다'가 추가됐다는 것이다.

또한 제3부에서는 초판 출간 이후 국내에서 발간된 9편의 도서와 2편의 고전을 새로이 추천하고, 저자와 책에 관한 서평을 색다르게 실어 지식을 풍부히 넓혀준다.

제4부는 비교적 최근의 독서수첩에 수록된 내용 중 일부를 추가하고 메모를 덧붙여 실은 것으로, 독자들이 읽기가 수월하다.

저자는 "고전은 교양인이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억지로 읽어야 할, 혹은 폼을 잡기 위해 읽어야 할 장식품이 아니다"며 "내가 다시 읽고 싶은 책이 바로 고전"이라고 말한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유용한 독서 기법을 터득함과 동시에 '사기', '파우스트',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진리의 말씀: 법구경', '손자병법', '지조론', '예언자', '노자 도덕경', '징비록', '동방견문록' 등 영원한 고전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유목적 독서 기법을 창안하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에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돌궐의 명장 톤유쿠크의 비문에 새겨진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는 문장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한, 유목적 독서 기법은 어느 장소에서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에 대해서도 "책을 통해 부단한 인문학적 지식을 쌓아야 한다"며 "결국 책을 통해 지식을 얻은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자는 "방탄소년단(BTS)의 2집 앨범 윙스(Wings)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모티브로 한 것임을 알고 나서 BTS 팬이 됐다"며 "BTS가 세상을 제패한 것도 이러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작고한 이어령 선생께서는 이러한 나의 독서 기법에 전적으로 동의하시고 감사하게도 나를 독서인이자 창조인으로 부르셨다"고 회고했다.

저자의 50년 독서 인생 노하우를 담은 영혼을 위한 지침서인 '책이라는 밥'은 독서를 인생의 벗으로 삼고자 하는 모든 사람의 필독서라 할 만하다.

◇ 책이라는 밥/ 이석연 지음/ 와이즈베리/ 1만70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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