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쏘카, 코스피 상장 강행..공모가 2.8만원 사실상 확정
시가총액 9920억..투자 유치 때보다 몸값 낮춰 상장
10~11일 일반 청약 진행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이날 오전 11시 이사회를 열고 주당 공모가를 2만8000원으로 확정짓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희망 공모가(3만4000~4만5000원) 상단 대비 38% 낮은 수준이다. 공모 물량 역시 종전 대비 약 2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알토스벤처스 등 초기 단계부터 투자한 기관들도 쏘카의 상장 행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쏘카는 이날 오후 증권신고서를 정정 공시하며 공모 결과 및 상세 내역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쏘카는 지난 4~5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80대1을 하회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당수 기관들이 2만5000~3만원 사이의 가격을 써냈다. 쏘카의 희망 공모가 범위(3만4000~4만5000원)와 제법 간극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기관투자자 사이에선 쏘카가 주당 가격을 3만원 미만으로 책정해야 상장이 가능하리란 평가가 나왔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공모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가격을 하단 미만으로 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로써 쏘카는 몸값 욕심을 크게 낮춰 증시에 입성하게 됐다. 지난 2020년 SG프라이빗에쿼티와 송현인베스트먼트를 주주로 맞이하며 약 1조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공모가를 2만8000원으로 낮추면서 쏘카의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1조원(공모 후 발행주식수 기준)을 밑돌게 됐다. 공모 물량을 20% 정도 줄일 경우 쏘카의 시가총액은 약 9665억원으로 추산 가능하다. 유니콘 반열에 합류한 스타트업이 조 단위 몸값을 포기하고 상장하게 되는 것이다.
쏘카가 상장을 강행하는 건 운영 자금이 필요해서다. 마이크로모빌리티 확대, 주차플랫폼 및 카셰어링 서비스 고도화 등을 추진 중이어서 실탄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만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시기라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의 증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금리 상승 국면에 돌입했기 때문에 향후 기술주 테마의 스타트업이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긴 더욱 어렵다.
한 기관투자자는 "외형 상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막연한 성장 스토리만 강조하는 기업들은 공모에서 외면받고 있다"며 "쏘카 역시 현재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고, 기존 렌터카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탓에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IB 업계에서는 장외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 해석하고 있다. 금리 인상 싸이클에 증시가 위축되고, 주식발행 시장이 덩달아 부진하자 벤처캐피털 부문까지 얼어붙기 시작했기 때문. 그동안 촉망받는 스타트업들은 세 네 번의 투자 유치(시리즈 펀딩)를 거치며 기업가치를 높여 왔다. 기업 본연의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실적 개선과 무관하게, 시리즈 펀딩을 순차적으로만 받아도 진화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장참여자 사이에선 이같은 흐름을 더이상 기대하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상장 심사 중인 컬리 역시 몸값 눈높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벤처투자 시장이 지금처럼 얼어붙은 적이 또 있었나 싶다"며 "당분간 기업가치의 하락(디밸류에이션)이 불가피해 보이며 잘나갔던 스타트업들조차 구조조정을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쏘카는 이날 오후 증권신고서를 정정 공시하며 상세한 공모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일반 공모 청약은 오는 10~11일 진행된다. 공모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투자자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중 최소 한 곳의 계좌를 갖고 있어야 한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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