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편에 서는 이 남자..예술로 세상을 바꾼다

이한나 2022. 8. 9. 11: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셰퍼드 페어리 최대 개인전
11월 6일까지 롯데뮤지엄
'눈을 떠라, 마음을 열어'
오바마 대선 포스터로 명성
거리 벽화를 예술로 끌어올려
'예술의 민주화' 외치는 행동가
Obama Hope, AP, 2008 2022 [사진 제공 = 롯데뮤지엄]
나를 응시하는 눈, 눈, 눈….

푸른빛 둥근 지구 아래 크게 뜬 눈이 있다. 사람 눈 같지만 감시카메라 렌즈도 연상시킨다. 지구 위에 'EYES OPEN(눈을 떠라)’이라는 붉은 구호가 박혀 있다. 그 위로 장미와 카네이션이 섞인 크고 ?은 꽃이 자란다.

Shepard Fairey 2022 [사진 제공 = 셰퍼드페어리오배이자이언트아트]
미국을 대표하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도시 거리 예술가) 셰퍼드 페어리(52)의 최신 작품 'Eyes open’(2021)이다. 눈을 크게 뜨고 우리 주변을 살피고 마음을 열어 주체적이고 목적이 있는 삶을 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기후변화에 직면한 지구공동체에 연대의식도 엿보인다.
Eyes Open, 2022 2022 COURTESY OF SHEPARD FAIREYOBEY GIANT ART INC.
영국에 뱅크시가 있다면, 미국에는 그의 친구 페어리가 있다. 롯데문화재단 롯데뮤지엄은 페어리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총 470여점을 모아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EYES OPEN, MINDS OPEN)’를 열고있다. 다양한 문화권의 여성 운동가와 예술가들이 꼬는 눈빛들이 강렬하다.
2022 COURTESY OF SHEPARD FAIREYOBEY GIANT ART INC.
현재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130만명에 달할 정도로 팬덤이 강한 그는 지난 2008년 미국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초상화 포스터 'HOPE(희망)'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Justice Flower (Blue), 2021 2022 COURTESY OF SHEPARD FAIREYOBEY GIAC15C16NT ART INC.
그는 원본 초상화 판매대금으로 포스터 30만장과 스티커 50만장을 무료로 배포해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미국 성조기 빛깔을 반영한 이 초상은 그해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고, 워싱턴 DC 국립초상화미술관에 소장됐다.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브릿 인슈어런스 디자인어워즈에서 2009 올해의 디자인에도 선정됐다.

비주류 문화계에서 무시못할 존재인 그의 시작은 다소 엉뚱했다. 미국 남동부 소도시 찰스턴의 중산층 출신인 그는 14세때 펑크록과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접하며 새로운 세상에 눈떴다. 누구나 할 수 있다(DIY)는 평등주의 정신과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 의식도 이때 싹텄다.

Open Minds, Version 1, 2021 022 COURTESY OF SHEPARD FAIREYOBEY GIANT ART INC.
명문 미술대학인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ISD)에 입학해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면서 스케이트보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스티커를 제작해 커뮤니티의 호응을 얻었다. 1989년 200㎏이 넘는 프랑스의 거인 레슬러 앙드레 르네 루시모프(1946∼1993) 얼굴로 장난삼아 제작한 스티커 '앙드레 더 자이언트(Andre the Giant has a Posse·거인 앙드레에겐 패거리가 있다)'는 큰 전환점이 됐다.
Rise Above Rose Shackle, 2022 2022 COURTESY OF SHEPARD FAIREYOBEY GIANT ART INC.
도시 곳곳 스티커가 이목을 끌고 다양한 해석을 낳으며 일종의 문화 현상이 됐다. 그는 본격적으로 공공장소에 낙서(graffiti)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표권 분쟁에 휘말려 단순화한 얼굴에 B급 영화의 반복된 대사 'OBEY(복종하라)'를 더한 상징적 도상으로 바꿔야했다. 'OBEY Giant’ 캠페인의 시작이다. 거인은 통제하는 권력도 상징해 복종보다는 불복종이나 저항을 유도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미래 통제 사회의 '빅브라더' 이미지와도 겹쳐진다.
OBEY Star, 2019 2022 COURTESY OF SHEPARD FAIREYOBEY GIANT ART INC.
페어리는 예술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사명감으로 다양한 사회 이슈에 직접 목소리내기 시작했다. 인종과 성차별은 물론 혐오범죄, 환경파괴에 대해 반대하고 인식전환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벽화 형식으로 펼쳤다. 그는 러시아 구성주의식 사회주의 선전물부터 광고, 팝아트, 동양적 만다라 등 다양한 미술사조를 자기 식으로 흡수하고, 여성 작가 바바라 크루거처럼 글자(text)로 강조한다. 레이저 커팅과 실크스크린 판화를 콜라주한다. 한번 쓴 이미지가 자주 반복되고 다른 작품에 주연이나 조연처럼 등장해 변주된다. 작가는 강력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반복이나 상투적 표현도 꺼리지 않는다.
Earth Crisis, 2019 2022 COURTESY OF SHEPARD FAIREYOBEY GIANT ART INC.
페어리는 "작품이 미술관에만 머물지 않고 거리로 나갈 때 비로소 대중과 연결될 수 있다"며 "작품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로 대중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예술이 지닌 진정한 힘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그는 서울에 벽화 5점을 남겼다. 전시장이 있는 롯데월드타워 외벽과 내부, 인근 석촌호수 건물은 물론 강남 도산대로변 아티스트빌딩과 성수동 길거리 예술 기반 복합문화공간(피치스 도원)은 누구나 볼 수 있다.

전시는 11월 6일까지.

[이한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