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째 프로배구컵대회..개최 시기·진행 방식 변화 요구 '솔솔'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이하 컵대회)가 13일부터 2주간 전남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다.
'한여름의 배구 축제'를 모토로 내건 컵대회는 프로 출범 이듬해인 2006년부터 열려 올해로 17회째를 맞이하고, 순천에서는 3년 만에 대회가 펼쳐진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배구 인기를 끌어올리고 저변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프로배구팀이 없는 지방 도시에서 대회를 개최해왔다.
비시즌인 여름에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컵대회를 열어 그 열기를 10월 정규리그 시작까지 이어가겠다는 의도는 바람직하다.
다만, 이제는 컵대회의 성격과 개최 시기, 새로운 대회 진행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배구계 안팎에서 터져 나온다.
외국인 선수 결장하는 컵대회…정규리그와 연계성 부족
국제배구연맹(FIVB)의 방침에 따라 프로배구 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들은 컵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FIVB는 비시즌에 여러 국제대회가 열리는 점을 고려해 선수들이 각 나라의 대표로 뛸 수 있도록 이적동의서 발급을 10월 중순 이후로 늦춘다고 각 나라 프로리그 사무국에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프로팀에 합류해 훈련 중인 외국인 선수들은 정규리그 개막 직전에야 FIVB 이적동의서를 발급받고 경기에 뛸 수 있다.
각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들이 결장하는 컵대회와 정규리그에서의 각 팀 경기력과 전술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다시 말해 컵대회는 정규리그와 연계성이 부족한 독자 대회다.
2021-2022시즌이 끝난 뒤 배구에 갈증을 느끼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이벤트로서의 긍정적인 성격은 띠지만,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의 실력을 실전에서 볼 수 없기에 '조직력 극대화'라는 각 팀의 기대치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남녀의 동상이몽 '컵대회보다는…vs 컵대회만이라도…'
컵대회를 바라보는 남자부와 여자부 구단의 시각은 대부분 판이하다.
남자부에서는 컵대회 진행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A 구단의 관계자는 "지금처럼 동떨어진 컵대회보다는 정규리그 직전에 외국인 선수가 다 뛰는 컵대회를 개최해 상위 팀에 정규리그 어드밴티지를 주는 방식, 또는 축구처럼 정규리그 중간에 컵대회를 열어 V리그와 컵대회를 연계하는 방식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팬들의 관심도를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남자부 선수들은 또 팀당 6라운드 36경기만 치르는 현행 정규리그 경기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배구와 더불어 겨울철 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프로농구 선수들이 팀당 54경기를 뛰는 것과 비교하면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 수가 적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남자부보다 돈을 덜 쓰는 여자부 구단의 생각은 다르다.
B 구단의 관계자는 "정규리그에서 출전 기회가 적은 1.5군급∼2군급 선수들에게 뛸 무대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컵대회의 존재 의미는 있다"고 평했다.
실전에서 주전의 경계선에 선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감독들이 정규리그에서 이들을 히든카드로 기용할 수 있기에 컵대회를 얕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규리그 경기수 증가와 컵대회 연계성 강화는 연맹의 숙제
정규리그 경기 수를 늘리자는 남자부 구단들의 요청을 KOVO가 수용하려면 중계 방송사와 일정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방송사로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요구다.
정규리그 일정은 해마다 10월에 시작해 이듬해 4월에 끝난다.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다른 나라보다 일찍 끝난다.
이는 배구를 중계하는 스포츠케이블채널이 이듬해 프로야구 시즌 개막에 맞춘 중계 일정에 따른 것이다.
남자부 일부 구단은 방송사가 중계를 못하더라도 정규리그를 7∼8라운드 더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영향력이 큰 방송사를 떼어 놓고 프로스포츠 리그를 진행하는 나라는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결국 각 구단의 의견을 듣고 연맹이 방송사와 새로 협상하는 수밖에 없다. 정규리그 경기 수 증대가 어렵다면, 컵대회를 시즌 중간에 열어 팬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경기 수도 늘리는 이중의 효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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