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21세기형 기업가 정신에 국운 달렸다

기자 입력 2022. 8. 9. 11:15 수정 2022. 8. 9. 11: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종훈 前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5년 만에 기업에 우호적 여건

그러나 난제 겹치는 호사다마

기업 대응 날렵하고 민첩해야

관료주의·매너리즘 경계하고

공급망 재편에 능동 대응 절실

멀리 보며 ESG 경영 강화해야

경제 여건은 계속 변한다. 좋아질 때보다 어려워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이를 돌파하는 데는, 무엇보다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한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기업의 활력이 이끌어가는 시장경제를 경제정책 기조로 삼겠다고 했다. 경제주체 중에서도 기업만이 본격적인 생산활동의 주체이므로 기업의 왕성한 활동이 국민경제를 끌어가는 기관차 역할을 하는 건 당연하다.

소규모 개방경제라고 정의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작은 내수 규모라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대외부문에서 지속적인 가치 창출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으로서는 개방과 경쟁을 체화해야만 하고, 정부는 제도를 통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벌써 발효 10년을 넘긴 한·미 FTA가 비단 눈에 보이는 관세 인하뿐 아니라, 이런 점에서도 우리 경제에 가져온 효과가 적지 않았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본말이 전도된 정책과 과도한 규제로 기업 활동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던 지난 5년을 뒤로하고 모처럼 기업 활약 시대를 기대하고들 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인지, 지금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대내외 여건은 몹시 어렵다. 고금리, 인플레이션 압박, 에너지 비용 상승, 수출 수요 부진, 불안한 노사관계 등 낯설지 않은 어려움 외에도 공급망 재편과 자본시장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요구는 전혀 새로운 도전이다.

이렇듯 겹겹이 밀려오는 어려움을 돌파하는 첫 번째 열쇠는, 혁신의 자세로 무장한 기업가 정신이다. 21세기 혁신은 더 날렵하고 민첩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소비자 취향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은 규모의 무게감에 따라붙는 관료주의와 매너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다음은, 지금 지구촌이 경험하고 있는 진영 간 대립 구도 속에서 경영전략의 방향을 잡는 일이다. 이념 차이에 더해 지금은 장차 산업의 주도권을 두고 기술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첨단 기술의 개발과 교류를 포함한 공급망의 재구성이 전에 없이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가 됐다. 지난 반세기 동안 모두가 몰입했던 세계화 전략은 이제 생각이 같은 나라들 간의 결속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념과 생각이 달라도 서로 이익이 되는 한 장사는 계속돼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 보지만, 공급망 재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여기에도 상당한 제약을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기업 능력 밖의 지정학적 흐름 속에 누가 혁신과 협업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인지 그리고 주변국과 상업적 이익은 어떻게 공유해 갈지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는, 근년 자본시장에서 기업들에 요구하는 ESG 경영 참여다. 개발과 환경보호는 기본적으로 길항(拮抗) 관계일 수밖에 없지만,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의제에 기업의 참여는 불가결하다. 이를 비용으로만 생각하다가는 패자의 길로 들어서기 십상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아쉬운 점은, 지난 정부가 국제사회에 제시한 탄소 저감 목표는 고집스러운 탈원전 기조 아래서 과도하게 기업에 부담을 지웠다는 사실이다. 값싸고 질 좋은 에너지 공급은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중요한 요인이므로 이 문제는 국가 에너지정책 차원에서 재정비돼야 한다. 자본시장의 점점 더 많은 투자자가 기업들에 이윤과 같은 경제적 가치에 더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웰빙과 행복 추구에 기여할 것과 투명한 지배구조와 윤리 경영도 요구한다. 이들은 기업들이 이러한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지 나름의 평가를 내리고, 그 결과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공언하고 실천하는 중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특히 유럽에서 화석연료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현실 등을 두고 ESG 추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당장의 현상일 뿐 ESG 경영에 대한 자본시장의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개월 동안 우리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외국계 투자펀드들이 ESG 우수평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여기에서도 마지못해 끌려가기보다는 앞장서서 실천하는 것이 이기는 길임은 물론이다.

Copyrightⓒmunhw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