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임대차법..시장선 "긁어 부스럼 낼라" 우려 목소리

2022. 8. 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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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계약 비중 증가 등 안정화
"또 다른 혼란" 신중 접근 주문
정부, TF 꾸려 개선안 마련 착수
무리한 개정 땐 선의의 피해자

정부가 ‘전세대란의 주범’으로 손꼽혀온 임대차법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착수한 가운데 시장에선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년 전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된 임대차법이 전셋값 급등, 이중·삼중가격 구조 형성, 급격한 월세화,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 확대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은 것은 분명하지만 성급한 제도 개선이 오히려 시장에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언급한 대로 폐지 수준의 개정이 이뤄질 경우 갱신계약을 앞둔 세입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는 등 시장에 가해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법무부는 지난달 말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임대차법 개선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전문기관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책을 제시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업계는 정부가 전월세시장 정상화를 위해 임대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임대차2법이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임대차법 전면 수정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주택정책 수장인 원희룡 장관도 여러 차례 폐지하는 게 소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전면 수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단 2년의 혼란 끝에 안정화 흐름을 찾아가고 있는 전월세시장에 자극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 3년차에 접어들며 ‘2+2년’ 거주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되는 등 시장이 적응하기 시작했는데 임차인이 법으로 보장받는 임대차 기간이 2년으로 다시 줄고 임대료 인상이 자유로워지면 주거 불안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전월세 물량이 늘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양상을 보면 갱신계약 비율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임대차신고가 이뤄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9072건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계약을 연장한 거래는 2883건으로 파악됐다. 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갱신한 계약까지 합치면 4572건으로 신규계약(4500건)보다 많다.

갱신계약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전월세 거래 갱신 여부를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해 6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갱신계약 비율은 29.9%에 불과했다. 1년 만에 20.5%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계약갱신을 통해 ‘2+2년’ 거주하는 전월세시장 구조가 안착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과거 경직적으로 대응했던 월세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으며 최근엔 전셋값 상승률도 낮은 편”이라며 “임대차법을 되돌려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시장이 이미 임대차법에 적응했고 지금 되돌리면 우리 사회가 온갖 혼란과 부작용을 다시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제는 다소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다시 졸속으로 임대차법을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개정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고 또다시 혼란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임대차법은 개선하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갱신계약을 앞둔 세입자의 반발과 전세의 월세화 문제, 임차인에게 교섭력을 줄 만큼의 충분한 임대주택 물량 마련이 선제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시장 의견수렴과 함께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임대차법 시행으로 이미 시장의 신질서가 형성된 만큼 합리적인 개선이 바람직하다”며 “전월세상한제는 실행지역과 대상주택의 축소가, 계약갱신청구권은 대상주택 축소와 임차인 특수사정에 대한 예외조항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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