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아직 숲은 검다

2022. 8. 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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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낙산사는 2005년 산불로 전각 대부분이 소실된 곳이다.

반복되는 폭염과 폭우 속에 잠시 세간의 이목에서 멀어졌지만, 올해는 유독 대형 산불이 많았던 해였다.

산불 원인을 보면, 대부분은 인재(人災)다.

지난 7월 미국 서부에선 곳곳에 산불이 발생해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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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낙산사는 2005년 산불로 전각 대부분이 소실된 곳이다. 낙산사 내 의상기념관엔 형체를 유추하기 어려운 전시물이 하나 있다. 화재 당시 녹아버린 동종 잔해물이다. 금속 종이 녹아버릴 만큼 산불은 엄청났다.

기념관 옆 카페는 바다와 어우러진 눈부신 풍경을 자랑했다. 관광객도 가득했다. 즐거운 웃음소리가 퍼졌다. 녹아 구겨진 동종이 없었다면, 20여 전 화마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을 듯했다.

올해 산불이 휩쓸고 간 울진은 여전히 검다. 푸른 바다 뒤편으로 오가다 보면 검게 탄 흔적의 산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낙산사는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전의 풍경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숲의 시간은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 앞당길 수도 늦출 수도 없다.

반복되는 폭염과 폭우 속에 잠시 세간의 이목에서 멀어졌지만, 올해는 유독 대형 산불이 많았던 해였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산불진화로 소방헬기가 출동한 횟수는 전년 대비 400%(586회)나 급증했다.

작년 한 해에만 산불로 사라진 산림은 765.89ha. 여의도(260ha)의 2.94배가 한 해에만 산불로 사라졌다. 10년 평균으로 보면 매년 평균 1087ha에 이른다. 여의도 4배 크기다. 올해는 아직 집계치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규모로만 봐도 작년을 웃돌 것이 유력하다.

산불 원인을 보면, 대부분은 인재(人災)다. 산불의 원인 중 가장 많은 건 입산자의 실수(입산자실화38%, 133건)이고, 쓰레기를 소각하면서 발생한 산불(7%, 27건)이나 담뱃불로 발생한 산불(9.7%, 34건) 등도 적지 않다. 이 모든 건 결국 사람의 문제다.

기후변화에 따라 봄철 가뭄이나 국지성 강풍이 기승을 부리면서 산불은 더 거대해지고 있다.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쉬운 구조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지난 7월 미국 서부에선 곳곳에 산불이 발생해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기후변화로 산불 규모와 강도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구온난화도 산불 확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온도가 오를수록 습도가 낮아지고 나무나 낙엽 등이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발생하기 쉽다.

산림은 생태계의 탄소저장고다. 굳이 과학적 근거를 나열하지 않더라도 산림자원은 미래 세대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특히나 현재 국내 산림의 절반 이상은 21~40년생으로, 탄소흡수량이 특히 많은 나이대의 나무들이다. 인간으로 비유하면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인 셈이다. 신규 산림이 더 성장하기까지 특히 현 연령대의 나무를 잘 보존해야 한다. 그래야 산림 생태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다.

더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최우선이다. 최소한 인재만큼은 막아야 지구에 후세에 덜 부끄럽다. 수많은 나무를 태우고 동물들을 위협한 산불이 등산객의 실수, 담뱃불, 쓰레기 소각 등으로 벌어졌다는 건 반드시 공분을 일으켜야 할 일이다. 침엽수 위주의 인공복원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발화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봄의 화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직도 숲은 검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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