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K-팝, 국가브랜드 아니다

최현미 기자 2022. 8. 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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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미국 흑인음악 전통 아래 있고 팬덤·연습생 시스템도 흑인음악과 유사하다는, 미국 대중음악연구가의 책이 화제다.

아프리카계 미국 비평가 크리스털 앤더슨의 '케이팝은 흑인음악이다'라는 책이다.

출간되자마자 곳곳에서 언급된 책은 제목처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이 힙합, R&B를 포함해 흑인음악에 영향받았고, BTS가 미국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끄는 것도 흑인음악 전통 아래였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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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장

K-팝이 미국 흑인음악 전통 아래 있고 팬덤·연습생 시스템도 흑인음악과 유사하다는, 미국 대중음악연구가의 책이 화제다. 아프리카계 미국 비평가 크리스털 앤더슨의 ‘케이팝은 흑인음악이다’라는 책이다. 출간되자마자 곳곳에서 언급된 책은 제목처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이 힙합, R&B를 포함해 흑인음악에 영향받았고, BTS가 미국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끄는 것도 흑인음악 전통 아래였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다양한 영향을 받기 마련인 혼종의 음악 세계에서 흑인음악의 영향만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다. 하지만 K-콘텐츠가 다층적으로, 본격적인 학술 연구·비평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선 반갑다.

오히려 문제의식을 갖고 봐야 할 대목은 이 같은 주장이 아니라 K-콘텐츠에 대한 선행 연구들이다. 저자는 자신의 논지를 펴기 전에 K-콘텐츠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를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이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문화산업 개발에 나섰다며 연구자들은 K-팝을 신자유주의 체제의 산물로 보고, 착취적 산업 관행에 집중하거나, 소프트파워 도구라는 정치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칠게 요약하면 K-팝은 문화상품을 생산해 동아시아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전파한 한류의 정치적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자동차나 휴대전화와 같은 상품이라는 것이다. 이는 K-팝에 대한 서구 언론의 시선과 다르지 않다. 지난 6월 BTS가 활동을 중단했을 때 더 타임스는 BTS에 대해 “한국의 자부심이자 상징으로, 주요 수출품이자 전략적 국가 자산으로 여겨졌다”고 했었다.

물론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영화 ‘쥬라기 공원’ 한 편이 현대자동차 150만 대 수출과 맞먹는다며, 영화·대중음악·방송 등 문화산업에 대기업 자본을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문화산업정책을 편 것은 사실이다. 김대중 정부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제정했고, 노무현 정부는 한류산업을 장려했다. 이명박 정부는 콘텐츠산업 강국을, 박근혜 정부는 문화창조를 비전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문화예산이 체육·관광까지 합해 국가 예산의 1%대에 불과한 이곳에서, K-콘텐츠가 국가 주도 상품이라는 평가는 가당찮다. 어쩌면 서구의 눈엔 문화적 권력이 강하지도 경제적으로 지배적이지도 않은 작은 나라의 노래, 드라마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자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을 문화에 과하게 적용했다는 생각도 해본다.

실제로 그렇든, 오명이든 아니든, 문제는 이제 이 같은 인식이 한국 문화에 족쇄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문화는 자유롭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물론 이 오명도 웹툰부터 요리까지 기세를 올리고 있는 한국 문화가 자연스레 씻어내려 줄 것이다. 그러니 이제 문화정책도 좀 더 정교하고 깊어져야 한다. K-콘텐츠를 대놓고 국가 브랜드로 선전하는 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소한 정치에 동원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행사에 한류 스타를 얼굴마담으로 부르고 글로벌 아티스트를 조명도 제대로 없는 허접한 무대에서 노래 부르게 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문화를 정치 아래 둔다. 알다시피 한국의 문화는 1류, 정치는 3류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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