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갇혔다" 퇴근길 대란 이어 출근길 전쟁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한모(32)씨는 9일 평소보다 40분 빠른 오전 6시20분에 M5333번 광역 버스에 올랐다. 구두는 가방에 넣고 맨발에 고무 스포츠 샌들을 신고 장우산을 챙겼다. 전날 퇴근 지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잠실나루에 있는 회사까지 1시간 20분이 걸렸다. 평상시 같은 시간대라면 40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 때문에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곳곳이 통제돼 정체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한씨는 “어제도 잠실나루에서 사당으로 2호선, 사당에서 안양으로 가는 M버스를 기다리는데 1시간 동안 버스가 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며 “벌써 퇴근길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7시10분에 퇴근했지만 집에 도착한 시각은 9시40분이었다고 한다.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주요 도로 곳곳이 침수되고 지하철 운행도 정상화하지 않아 서울과 경기도 시민들이 퇴근 대란에 이어 출근 전쟁을 치렀다.
“9호선 운행 안하나요?” 시민들 당황
서울시에 따르면 강변북로 마포대교~한강대교 구간 양방향이 전면 통제됐다. 반포대로 잠수교, 올림픽대로 여의하류~여의상류, 올림픽대로 염창IC~동작대교, 동부간선도로 성수분기점~군자교, 내부순환로 성동~마장 구간 등 서울 도시고속도로 5개 구간도 통제 중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 선릉역으로 출근하는 박모씨(36)는 “어제도 근처 주차장에 차를 두고 퇴근했다”며 “오늘도 버스와 지하철로 출근했는데 차가 침수돼 ‘강제 뚜벅이’가 됐다는 회사 동료도 있다”고 말했다.
9호선 이용자들의 불편은 특히 컸다. 개화역~노량진역, 신논현역~중앙보훈병원역 간 구간만 운행됐고 노들역~사평역 구간이 운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급행열차는 전면 중단됐고 모든 열차는 일반열차로 운행되고 있다. 이날 출근길 9호선 역과 그 주변에선 지하철을 타려다 운행 중단 소식에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버스 정류장을 찾는 시민들과 역무원에게 운행 재개 가능성을 묻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뒤엉켜 혼란이 일었다.
노량진에서 사평역 부근으로 출근하는 박모(30)씨는 “9호선으로 한 번에 출근하면 20분이면 충분한데 역에 와서 통제한다는 안내문에 안내방송까지 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며 “버스로 1번 환승해 45분 정도 걸려 겨우 출근했다”고 말했다.
“출근 늦게? 남 일입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 소재 행정·공공기관과 그 산하기관 및 단체는 오전 11시 이후로 출근 시간을 조정토록 했다. 각급 기관의 유관 민간 기업·단체는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출근 시간을 조정토록 안내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교통 통제를 걱정해 오히려 평소보다 이르게 집을 떠나야 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용산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 조모(29)씨는 평소 8시에 출근하는 편이지만 이날은 30분 이른 7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조씨는 “교통상황이 좋지 않으니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달라는 팀장의 연락이 있었다”며 “출근 시간 조정은 남 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광화문으로 출근한 한 시민 역시 “출근 시간 조정하라는 얘기가 있었는지도 몰랐다”며 “평소보다 지하철에 사람만 더 많았던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날 퇴근길 혼란에 놀란 일부 회사는 미리 재택근무령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에서 판교로 출·퇴근하는 김모(30)씨는 “전날 밤 11시께 회사 메신저를 통해 재택근무를 해도 된다는 지시가 내려와 다행히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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