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상에 '플렉스'만 하는 MZ세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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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기 수를 채워 100원씩 버는 것은 기본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재테크 커뮤니티를 방문해 정보를 얻고, 대학 때 수강신청하듯이 예·적금 특판 상품 가입 경쟁에 참여합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해오던 것들이에요."
MZ세대에겐 걷기·설문·광고 시청 등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모으는 앱테크(애플리케이션+재테크)도 일상이다.
절약이 실제로 경기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올지는 모르겠으나, MZ세대가 제대로 플렉스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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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기 수를 채워 100원씩 버는 것은 기본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재테크 커뮤니티를 방문해 정보를 얻고, 대학 때 수강신청하듯이 예·적금 특판 상품 가입 경쟁에 참여합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해오던 것들이에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흔히 미디어 등에서 ‘플렉스(Flex·과시성 소비)’, ‘욜로(You Only Live Once·오늘살이)’ 등 과분한 소비를 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소셜미디어(SNS)에서 보이는 일부가 아닌 대다수의 MZ세대는 “적어도 나와 내 주변 MZ세대에겐 딴 세상 이야기”라고 입을 모은다.
평범한 M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오히려 재테크에 밝고 투자에 익숙하다. 높은 금리나 유리한 조건의 상품 및 서비스가 나오면 누구보다 빨리 이를 쟁취한다.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맬 때 혼자만 돈을 펑펑 쓰는 소비의 화신도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MZ세대의 소비는 2000년 같은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0.9배 수준으로, 오히려 줄었다.
특히 올해 들어 고(高)금리·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MZ세대의 재테크, 이른바 ‘짠테크(짜다+재테크의 합성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주로 이용하고, 높은 금리를 추구해 옮겨 다니는 등 MZ세대 특성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출시한 ‘26주 적금’은 지난해 12월 이미 1000만 계좌를 넘어섰다. 통상 적금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인 것과 달리 약 6개월의 짧은 가입 기간이 특징으로, 연령대별 계좌 개설 고객 비중을 보면 30대 이하 고객이 70%가 넘는다. 1990년대 유행했던 다마고치(휴대용 디지털 애완동물 키우기 게임)와 비슷한 콘셉트인 토스뱅크의 ‘키워봐요 적금’은 출시 사흘 만에 10만좌가 넘게 개설됐다.
MZ세대에겐 걷기·설문·광고 시청 등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모으는 앱테크(애플리케이션+재테크)도 일상이다. 핸드폰 화면에 뜨는 광고를 보고, 매일 만보기를 체크해 몇 십원에서 몇 백원씩 포인트를 쌓는다. 대표적으로 걸으면서 돈을 모을 수 있는 토스의 만보기는 2019년 7월 출시 이후 누적 사용자가 400만명을 넘어섰다.
짠테크 열풍의 이면엔 끝을 모르고 상승하는 물가와 청년들의 고용불안, 노인빈곤 등 불확실한 미래가 있다. 소득이 충분치 않고, 내수는 위축된 데다가, 노후 등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MZ세대는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모아야 한다’는 심리가 커진 셈이다. 이는 내 주변의 MZ세대가 요즘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중에도 플렉스가 아닌 짠테크에 열중해야만 했던 이유다.
최근엔 아예 하루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버티는 ‘무(無)지출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에 극단적인 짠테크는 중·장기적으론 총수요를 줄여 경기를 더 악화시키는 ‘절약의 역설’을 일어나게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절약이 실제로 경기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올지는 모르겠으나, MZ세대가 제대로 플렉스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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