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슨업', 재미와 의미 다 잡은 K-POP 지휘자들의 뮤직 배틀

아이즈 ize 김성대(칼럼니스트) 2022. 8. 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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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성대(칼럼니스트)

사진출처=KBS2 '리슨업' 방송영상 화면 캡처

대중음악과 관련한 서바이벌, 배틀 프로그램은 이제 식상할 때도 됐건만 그럼에도 어지간한 수준에만 이르면 기본적인 시청률을 깔고 가니 제작하는 입장에선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콘셉트다. 경합은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흥미로운 생활 구도, 사고의 틀이기 때문일까. 지난달 여지없이 KBS 2TV에서 음악 배틀 프로그램이 하나 더 세상에 나왔다. 제목은 '리슨업(Listen-Up)'. 현 케이팝 신 음원 차트를 "잘근잘근 씹어먹어본" 프로듀서 10명이 나와 라운드별 주제에 맞게 음악을 만들어 겨루는 방식을 룰로 택했다.

필자는 일단 프로듀서를 조명한다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좋았다. 대중음악에서 프로듀서란 때론 작품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존재임에도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는 건 거의 언제나 작품을 실제 표현하는 퍼포머들이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Lucifer'나 'Celebrity' 같은 곡을 말하면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샤이니와 아이유를 떠올리지, 그 곡들을 프로듀싱한 라이언 전을 떠올리진 않는다. 이처럼 일부러 의식하지 않는 한 프로듀서는 그동안 눈에 보이는 아티스트들에 비해 덜 주목받거나 아예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감독을 빼고 주연만 얘기할 순 없듯, 음악에서도 프로듀서는 그냥 넘겨선 안 될 사람들이다. '리슨업'은 흥미진진한 경합 방식 이전에 바로 이들을 전면으로 끌어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프로그램이라 나에겐 여겨졌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은 것이다. 

프로듀서: 음악 기획, 작사/작곡, 제작까지 모두 총괄하는 사람. 

사진출처=KBS2 '리슨업' 방송 영상 화면 캡처

리슨업' 측은 위와 같이 음악 프로듀서를 정의내리고 프로그램 문을 열었다. 여기에 더하자면 프로듀서는 편곡과 믹싱, 마스터링이라는 음악의 후반 작업까지 모두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실상 한 창작물의 책임자에 가까운 존재다. 그러기 위해 이들은 창의력과 기술력은 물론 기본적인 음악 지식에 리더십까지 갖추어야 한다. 한마디로 음악 프로듀서란 아티스트의 음악적 비전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그 길을 함께 걷거나 안내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기획한 또는 자신에게 의뢰해온 아티스트의 음악이 무난하게 제작, 유통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음악 프로듀서는 예술가의 결과물을 제일 먼저 감상하는 대중인 동시에 그 결과물이 성장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듬고 지켜보는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비틀스의 프로듀서 조지 마틴은 그래서 "모든 것에 프레임을 씌워 대중에게 보여주며 '이것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음악 프로듀서라고 했다. '리슨업'에 출연한 정키(Jung Key)의 말처럼 때문에 프로듀싱은 연출에 가까운 무엇이다. 영화감독이 배우의 연기와 빛의 조도를 조율하듯 음악 프로듀서는 가수의 감정과 소리의 톤을 매만진다.'

'리슨업'의 사회는 다이나믹 듀오가 맡았다. 올해로 데뷔 23년차를 맞은 이들이 사회를 맡은 건 그들이 여전히 트렌디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실제 '리슨업'에 섭외된 프로듀서들 면면도 작금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4대 음악 스타일(알앤비, 힙합, 발라드, 일렉트로닉)에 한정돼 있는 만큼, 이 프로그램은 특정 시대와 대중 층을 확실히 의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팝/알앤비/힙합 프로듀서 겸 가수 픽보이를 비롯해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인 도코, 2000대 1의 JYP 공채 프로듀서 시험에서 1등을 차지한 김승수, 당대 히트 제조기라 불리는 라이언 전, 일렉트로닉에 기반한 싱어송라이터 듀오 라스(LAS),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을 부수려 출연했다는 에이비식스(AB6IX)의 이대휘, 많은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파테코, 힙합 외 다양한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는 팔로알토, '발라드 장인' 정키, 그리고 십센치와 함께 한 '정이라고 하자'를 히트시킨 신예 프로듀서 빅나티가 진검 승부를 위해 전장에 나섰다.

여기서 필자는 음악 프로듀서의 개념을 곱씹게 한 두 사람의 신경전을 주목했는데 바로 라이언 전과 김승수다. 첫 도발은 김승수의 몫이었다. 그는 출연자들이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 "악기도 못 다루고 컴프레서 기능도 모르는 사람은 프로듀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며 라이언 전의 신경을 건드렸다. 왜냐하면 김승수의 발언은 라이언 전이 그동안 들어왔던 오해와 편견(메인 플레이어가 아니면서 메인 플레이어인 척 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써놓고)마치 자기가 다 쓴 척 하는 사람)에 정확히 부합하는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김승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할 줄 알아야" 진정한 프로듀서라는 말까지 했는데, 사실 이건 너무 나간 말이었다. 물론 그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악기와 컴프레서를 다루는 등 모든 걸 혼자 할 줄 아는 프로듀서가 당연히 나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모든 음악 프로듀서가 반드시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는 걸 김승수는 간과했다. '그러면 안 된다'와 '그렇게 하면 더 나을 수 있다'는 다른 말이다.

사진출처=KBS2 '리슨업' 방송 영상 화면 캡처

차라리 그런 얘기는 프로듀서이면서 스스로 퍼포먼스까지 해내는 빅나티가 했으면 더 어울릴 법 했지만 김승수의 극단적인 주장에 빅나티는 "시대착오적"이라며 안타까워했을 뿐이다. 빅나티의 크루로 참여한 힙합 프로듀서 팀 그루비룸의 휘민이 "(김승수가 배틀을 통해 제대로 보여주고 가겠다 자신한)미디만 하는 건 편곡자"라 한 것도, 에일리와 콜라보로 무대를 꾸민 라이언 전이 "이건 작곡가 배틀이 아니라 프로듀서 배틀이다"라고 에둘러 일갈한 것도 다 같은 차원의 반박이었다. 그런 라이언 전에게 진정한 음악 프로듀서란 무대 의상 시안부터 무대의 구성, 노래 가이드를 모두 짜고 그 노래에 맞는 작사/작곡가, 연주자, 댄서 등을 섭외하는 일까지 도맡는 사람이다.(시청자는 이 과정을 '리슨업' 전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 중 하나다.) 그러니까 굳이 프로듀서가 일일이 곡을 만들고 연주하지 않아도 자신의 머리 속에 있던 좋은 음악을 밖으로 뽑아낼 줄만 안다면 그게 바로 훌륭한 음악 프로듀서라는 것이 라이언 전의 대략적 입장인 것이다. 결국 라이언 전은 신용재와 짝을 이뤄 만든 김승수의 '그 여름'을 향해 곡이 좋다라며 칭찬을 하면서도 "(그럼에도 김승수는)아직은 작곡가 같다"는 독설을 남겼다. 뭐니뭐니해도 "결국엔 좋은 음악이다"라고 말한 김승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듯, 적어도 프로듀서에 관해선 라이언 전의 의견에 필자도 더 공감했던 기억이다.

프로듀서를 구체적으로 조명한 것 외 또 하나 '리슨업'의 장점은 대중의 직접 평가다. 즉 '리슨업'의 심사에선 특정 심사위원의 인지도와 권위 대신 그 모든 것을 시장에서 구분하고 결정짓는 대중의 시선으로 우승을 가린다는 뜻이다. 창작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 대중. 지난 1, 2회 방송을 통해 첫 라운드 우승자를 가린 '리슨업'은 이제 하루 중 자신이 좋아하는 시간대를 정해 그 순간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뮤직타임 24'라는 주제로 곧 2라운드를 연다. 음악을 향한 열광은 비슷했지만 평가에서만큼은 얼음장처럼 냉정했던 지난 1라운드의 대중적 긴장이 두 번째 경연에서도 이어질지, 개인적으론 매우 기대가 된다. 아마도 여태껏 정면 승부를 펼칠 기회가 없었던 프로듀서들의 경합이라 더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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