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도 피하지 못한 플라스틱 팬데믹[정봉석의 북미 환경편지](9)

입력 2022. 8. 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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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땅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의 45배, 남한 땅의 100배가 넘는 광대한 국토를 가지고 있다.

그 땅의 크기만큼 아름답고 다양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광활한 대륙 곳곳에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담겨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캐나다가 이러한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첫째, 넓은 국토에 비해 인구는 3800만명 정도에 불과해 환경오염이 발생할 요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둘째, 국가 정책적으로 환경보호를 중요시한다. 국가 개발사업 등을 만들어갈 때 환경보호가 주요 정책 결정요인 중의 하나다. 셋째,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생각하는 요인으로, 캐나다인들이 가지고 있는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자연환경에 자부심을 가지며 일상적인 생활과 대화에서도 환경보호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우선시한다.

해변으로 밀려온 플라스틱 폐기물 / 픽사베이


그런 캐나다인들도 피해가지 못하는 환경문제가 플라스틱 남용이다. 캐나다인들은 매년 300만t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용한 플라스틱의 9%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매립지,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 또는 자연환경에 버려진다. 최근 들어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용기, 빨대는 캐나다 해변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품목들이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약 3분의 1은 일회용 또는 단기 포장용 제품이다. 매년 150억개의 비닐봉지와 매일 5700만개의 빨대가 소비된다.

플라스틱 시대와 환경문제 인류는 사용한 도구를 기준으로 과거 문명을 분류했다. 초기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등이다. 20세기에 들어 인류는 인공적으로 개발한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에 열광했다. 종이, 유리, 금속, 나무 같은 기존 제품의 재질을 모두 플라스틱으로 대체했고 이 문명을 ‘플라스틱 시대’로 명명하기에 이르렀다.

플라스틱은 열을 가하면 임의의 형태로 가공이 용이하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단단한데다 안정적인 성질을 가져 기술적 활용성이 높다. 이는 역설적으로 환경문제의 단초를 제공했다. 플라스틱의 안전성은 긴 수명을 의미하며 자연생태계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특히 많이 쓰는 PE(폴리에틸렌)는 분해되기까지 약 50년이 걸리고, 플라스틱 파이프나 뚜껑 등에 사용하는 단단한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는 약 100년이나 걸린다.

700종에 가까운 해양생물종과 50종 이상의 담수 생물종이 플라스틱을 섭취하거나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다양한 육상생물 역시 플라스틱을 섭취한다는 보고도 증가하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은 해변의 미학에 영향을 미치고 배수 및 하수 처리 시스템의 작동을 방해하며, 질병 매개체의 온상을 제공하는 등 인간 복지의 여러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자연기금(WWF)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에 생산된 플라스틱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3조7000억달러로 추산했다.

플라스틱의 또 다른 환경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직경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나노미터 단위까지 이르는 미세플라스틱은 너무 작아 동물의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표면 가공을 위한 연마제, 피부에 다양한 기능 성분을 전달하기 위한 화장품, 각질 제거를 위한 세안제 등에 많이 사용된다. 과거 수십 년간 배출한 미세플라스틱과 이들이 분해돼 더 미세해진 입자들이 지구생태계를 에워싸며 우리의 밥상으로 되돌아와 인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기후위기와도 연관이 있다. 플라스틱의 주원료가 석유이므로 석유 및 가스 추출·정제, 분해, 소각 등 모든 단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린피스 2021년 보고서는 플라스틱 1t당 평균적으로 약 5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20세기 최고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플라스틱은 남용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전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가 됐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의 소비 패턴을 바꿨다. 외식이 줄고 포장 배달 시장이 커졌다. 집에서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는 간편 식품의 판매량도 증가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플라스틱 환경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비율 중 재활용은 9%에 불과했다. 소각과 매립되는 건 각각 19%와 50%이고, 나머지 22%는 미세플라스틱같이 일반 환경으로 유출됐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 없이는 2019년 3억5300만t이던 쓰레기가 2060년에는 10억1400만t으로 3배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언스(Science)’ 저널은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들의 효과를 추정하는 5가지 모델링 연구결과를 2020년에 발표했다. 아무런 해결책을 고려치 않고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경우 2040년 연간 플라스틱 오염량이 2016년 대비 2.6배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능한 모든 해결책을 구현할 경우 2040년 연간 플라스틱 오염량은 2016년 대비 4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인류의 노력에도 이미 지구생태계에 배출된 누적 플라스틱 폐기물량이 2040년에 7억1000만t에 이르리라는 암울한 전망을 제시했다.

유엔환경총회와 캐나다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는 국가의 경계를 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각 국가는 협력하고 세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2년 3월 2일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전 세계 175개국이 플라스틱 오염을 규제하기 위해 2024년 말까지 국제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생산에서 유통, 재활용,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플라스틱 제품을 규제하는 것은 물론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올해 안으로 구성하고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 안건을 완성하기로 했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발맞춰 플라스틱에 규제의 칼을 들었다. 올해 말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스티븐 길보트 연방 환경부 장관은 지난 6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령을 발표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수입하거나 제조하는 것을 올해 말까지 금지하고 내년 말까지 판매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부터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수출도 금지키로 했다. 금지될 일회용 플라스틱은 모두 6가지 항목이다. 일회용 빨대, 테이크아웃 컨테이너 용기, 식료품점 비닐봉지, 플라스틱 식기류, 음료 젓개, 캔음료 실리콘 포장재가 포함됐다. 단 빨대는 비상업적 용도, 의료 목적 등에 한해 일부 허용한다.

플라스틱 오염은 기후위기와 함께 지구촌 인류가 함께 풀어야 할 21세기 큰 숙제다. 플라스틱 재활용을 최대화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 지구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시스템이 필요하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의 연구개발도 필요하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의 시장을 만든다. 예산지원이라는 당근과 사용 규제라는 채찍을 통해 새로운 경제 생태계와 일자리들이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 역사에서 위기에 혁신적으로 대응한 문명은 번영하며 성장했고 그렇지 못한 문명은 도태돼 사라졌다. 이제 플라스틱 시대를 졸업할 때다.

정봉석 하이드라텍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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