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투자의 지난함에 대해[엄길청의 이코노베이션](17)

입력 2022. 8. 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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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많이 배우고 더 알게 된 사람일수록 때로는 터무니없는 욕심을 좇을 때가 있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고등교육을 받은 국민이 많아진 지금, 한국은 여기저기에서 돈을 빨리, 쉽게 벌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코로나19 창궐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년간 늘어난 국내의 주식투자계좌 수가 무려 1000만개를 넘어 총계좌수가 거의 인구 총수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전 세계에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돌기 시작했는데 여태 안 하던 주식투자를, 하필이면 그즈음에 시작하려는 경제적인 접근 태도가 과연 바람직할 수 있었겠는가. 이런 시기에 ‘동학개미(국내 주식투자자)’나 ‘주린이(주식투자 초보자)’와 같은 투자는 지양하고 마땅히 신중히 숙고했어야 했다.

8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니터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주식은 자고로 언제나 평화로운 국제교류와 안정된 사회환경, 활기찬 경제활동이 투자의 필수조건이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전쟁까지 겹친 지금의 상황은 평온한 일상을 희망하는 일반 국민에게는 결단코 주식투자의 적기가 아니다. 하물며 사회에 막 진입한 청년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2022년 7월 말의 주가는 허약한 상태다. 풀었던 돈을 회수하고 있고 생떼 같은 전쟁도 났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평상시에도 개인들의 돈벌이는 규모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에게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인간사의 대표적인 난제 중의 난제다. 복기하자면 코로나19 직후에 주가가 잠시 오른 직접적인 까닭은 바로 나라마다 긴급히 재정을 풀어서다. 그렇게 사회위기에서 풀린 나라의 돈은 후일 징벌적 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을 유발해 고물가와 경제후퇴를 가져오는 미필적 고의의 주범이 된다. 지금 전 세계가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경제 패러다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돈이 더 필요해진 것이 사실이다. 돈의 기능이 갑자기 늘어나고 그 가치가 더 소중해져서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의 선진국들이 초지능 산업혁명을 추진하면서 개인의 생계수단 방식이 이전의 노동이나 기술, 지식이나 재능의 시대에서 점점 휴머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 지능시스템으로 변해가고 있어서 그렇다. 얼마 전까지 전문지식의 직업교육을 표방하던 대학교육도 지금 새로운 캠퍼스 교육의 이정표를 만드느라 허둥대고 있다. 정부를 맡은 정치인들도 말마다 공약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지만, 뾰족한 수는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공을 들여 만들어온 국민의 직업표준분류는 이미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직업을 잘 지키거나 직장을 안정되게 유지하려는 자세도 점점 그 애착이 사라지고 있음을 쉽게 보게 된다. 요즘은 그 어렵다는 고시 출신 청년관료 중에서도 심심치 않게 초년 퇴임을 한단다. 좀 다녀보니 내부의 사정이 그리 기댈 만한 구석이 잘 보이지 않아서일 게다. 그러니 이래저래 살길을 찾다가 난감해진 사람들이 시중의 돌아다니는 돈이거나, 정부의 돈이거나, 돈 놓고 돈 먹으려는 곳의 판돈이거나 무작정 돈 욕심을 내며 가능하면 내 수중에 더 많이 가져보려고 아주 열일을 하려 한다. 아직 거래방식과 가치인증의 체계도 잡히지 않은 가상자산의 투자 붐이 가장 대표적이다. 선·후진국 구분 없이 하루가 멀다고 국가의 경제질서 개입이 심해지는 현실에서 굳이 실험적인 미래형 유사 투자상품에 실제의 자기 돈을 던지는 일은 좀처럼 찬성하기 어렵다. 만일 각 국가가 이 실험적 상품을 마다하면 어찌할 것인가.

마음은 급하겠지만 우리 청년들이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얼마 전까지 세계경제는 미국을 위시해 금융투자와 소비유통 위주의 신경제 패러다임을 반성하고 이를 고치려 했다.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비용 상승과 환경침해 압박이 큰 생산경제를 지키기 어려워진 미국은 사회보장 방식의 국민생활 안정시스템에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덜 의존하는 자국민의 고용과 소비를 지원하는 경제환경을 유지하려고 시도했다. 꾸준히 저금리 속에 유동성을 늘리는 통화금융정책을 사용해온 배경이다. 참고로 미국 연금 평균수입의 소득대체율은 40%가 되지 않아 60%가 넘는 유럽 복지국가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다. 한국과 일본도 사실은 미국과 유사한 기조의 국가다.

서울 중구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이 고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년들이 선구안을 키우려면

미국이 이런 현실을 지키려고 사용해온 그동안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이 바로 ‘신경제정책’이었다, 금융경제와 투자경제를 발달시키고 수입을 통한 저렴한 소비생활과 육해공의 유통물류를 세계화해 물가안정도 취하고 자산효과로 국부도 키우려는 국가전략이 바로 그것이었다. 오늘의 가공할 만한 달러화 공급의 배후가 바로 이 신경제의 그림자 때문이다.

이미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미국은 신경제의 유효성이 부메랑이 돼 국민의 과도한 부채와 투기소득 겨냥 흐름으로 돌아옴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코로나19와 러시아발 전쟁 와중에 확대된 해외수입 소비와 해외 물류 의존의 취약성도 절절하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부랴부랴 해외 필수공장을 불러들이는 ‘오프쇼어링’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거점 중심으로 재구축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 미국과 정치·경제적인 교역과 교류가 밀접한 한국이나 일본은 이 기류에서 각기 고심 중이다. 지금부터 상당기간 국제경제는 유동적이며 국제정세도 불투명하다고 봐야 한다. 위험자산을 선호하고 성장주식을 찾는 일들이 이런 상황에서는 몇 배나 어렵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런 시기에 투자 공부를 하려면 학습과 참고용으로 일본 대기업 ‘이토추’라는 종합상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국제적인 종합무역회사이면서 자원개발회사이고 국내유통회사다. 내구재와 임의재를 고루 다루는 소비재 수출입 기업이면서 공업자본재의 핵심을 공급하는 장기거래의 해외거래망을 가지고 있다. 광물자원이나 곡물 유통에도 일가견이 있다. 전쟁이나 재해, 불황이 와도 전방위로 사업의 안정을 찾으려고 꾸준히 보정을 해오고 있는 백전노장의 국제무역 및 국제투자 기업이다.

우리 청년들이 이 정도 선구안은 있어야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주식투자가 한번 해볼 만한 일일 수 있다. 투자의 현인이라는 워런 버핏이 2020년 코로나19 직후 슬그머니 이토추 주식을 사기도 했다. 한마디로 산전수전 다 겪은 글로벌 경영 9단의 기업을 고른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돈벌이는 지나고 보면 늘 안목의 부족함이 문제다. 혈기와 호기심은 청춘의 문화자산이지 재정무기가 아니다.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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