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시대, 다문화사회를 준비해야[서중해의 경제 망원경](4)

2022. 8. 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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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지난 7월 28일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국 총인구는 5174만명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0.2%, 인원으로는 9만명이 감소했다. 인구통계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1949년부터 실시했는데, 연간 인구수가 감소한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경향신문은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늙고 작아지는 한국’이라는 기사 제목을 뽑았다.

강원 춘천시 대표 관광지인 남이섬에서 열린 손 모내기 체험행사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다문화가정 가족들이 모를 심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인구감소는 이미 예견된 사안이지만 정작 현실로 나타나고 보니, 드디어 올 때가 됐다는 심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생각하면 감소 추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인구감소 시대로 들어가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경제사회 전반에 펼쳐진다. 인구증가는 자연스러운 수요증대를 가져와 경제성장을 유인하는 효과를 가진다. 반면 인구감소는 경제성장에서 인구증가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잠재성장률 하락이라 한다.

인구감소는 크게 떨어진 출산율에 직접적으로 기인하지만 저출산에는 보다 근본적인 사회경제적 요인이 작용한다. 인구문제의 근저에는 육아와 자녀 교육의 어려움, 청년들의 사회 진출 어려움, 자동화에 기인한 일자리 감소, 연금과 노인 빈곤 등 여러 사회경제적 난제가 얽혀 있다.

인구문제는 인류가 당면한 과제의 종합판이다. 그러다 보니 이 문제를 대하는 각국의 대응도 다양하다. 프랑스는 인구문제를 연금 개혁과 결부시킨다. 이탈리아와 독일은 불법이민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를 인공지능(AI)·로봇 개발 등 기술혁신을 통해 대응하고자 한다. 미국은 전 세계 상위 인재를 끌어모으는 이민정책을 줄곧 유지한다. 중국은 해외에 있는 자국 출신의 우수 인재를 귀국시켜 경제도약을 실현하고자 한다(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정책인 천인계획의 효과는 핵무기·우주선·AI 등 첨단기술 경쟁에서 미국을 따라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이미 입증됐다).

‘비중과 역할’ 커지는 외국인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인구통계에서 인구는 크게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이번 조사에서 외국인은 165만명으로 총인구의 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외국인은 외국인 등록인구와 3개월 이상 국내 체류한 경우를 포함한다. 3개월 이하 단기체류를 포함하는 법무부의 체류외국인 통계를 통해 파악해 보면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숫자는 약간의 부침은 있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등록외국인 숫자는 2000년 24만4000명에서 2010년 126만1000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2019년에는 252만4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에는 203만6000명으로 감소했으며, 2021년에는 195만600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을 감안하더라도 대체로 현재 한국 인구의 약 4%는 외국인으로 보면 된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은 비중뿐 아니라 역할에서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해온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의미다. 이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대기업의 연구소에서부터 제조업 현장과 음식점 그리고 야간 고깃배까지 우리 경제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외국인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미 한국에서도 원주민들이 떠난 또는 원주민으로는 모자라는 많은 부분을 외국인들이 채워주고 있다.

OECD 인구통계에서는 외국인구와 외국출생 인구를 구분한다. 외국인구 비중을 보면 한국은 2.4%로 일본(2.2%)과 함께 아주 낮다. 외국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를 보면 스위스(24.2%), 오스트리아(16.1%), 독일(13.1%), 프랑스(7.3%), 미국(6.9%) 등이다. 외국출생 인구 비중을 보면 한국은 2% 수준인데, 호주(29.9%), 스위스(29.7%), 뉴질랜드(26.8%), 독일(16.1%), 미국(13.6%), 프랑스(12.8%) 등은 한국보다 현저하게 높다.

지난해 9월 2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 및 이주노동자들이 공공기관 이주여성노동자 평등임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미래 대비하는 이주노동자 정책 세워야

현재 OECD 국가들은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인종·다문화 사회다. 앞으로 한국도 지금보다 현저하게 높은 수준의 다인종·다문화사회로 변화할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든 외국인을 대하는 방식은 그 사회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척도다. 종교적 다양성과 정치적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에서는 다른 민족과 다른 문화를 포용하기가 쉽다. 하나의 가치체계만을 고집하면 다른 세계를 배척하게 된다. 하나의 가치체계를 고집하는 닫힌 사회에서는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용에서도 더디고 경제발전도 부진하다.

마이클 월저는 저서 〈관용에 대하여〉(2004)에서 개인에 대한 관용과 집단에 대한 관용을 구분하면서 역사적 사례를 다섯가지 유형으로 보여준다. 과거 로마와 페르시아, 현재의 미국과 같은 다문화제국에서는 여러 이민족으로 구성된 다양한 집단의 공존을 추구한다. 다문화 제국에서는 인종 그룹별로 자율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들 사이에 문제없이 잘 지내는 한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 다문화제국은 아니지만 현재의 스위스와 같이 다문화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도 있다. 한국과 일본과 같은 단일민족국가에서는 이민족은 집단으로서보다는 개인으로서 수용된다. 시민권은 개인에게 주어지며 소수집단의 고유한 정체성을 허용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 경계를 지워 허용한다. 다문화국가에서는 시민권을 가진 여러 소수집단이 공식적으로 활동하는데 우리 역사에는 이런 경험이 드물다. 양필승·이정희의 〈차이나타운 없는 나라〉(2004)는 한국에서 화교가 어떤 부침을 겪었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화교는 과거엔 존재감이 뚜렷했지만, 현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외국인을 수용할 것인가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숙제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이라는 부제가 붙은 우춘희의 〈깻잎 투쟁기〉(2022)는 젊은이들은 떠나고 고령자들만 남은 우리의 농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현장에서 보여준다. 깻잎뿐 아니라 농사 전반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주노동자의 인력을 이용만 할 뿐 그들이 한국사회에 정주해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현재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결혼이민자 등 다문화가족을 포함한 이주와 이민정책 전반을 인구문제 차원에서 다뤄야 할 때가 됐다. 다문화가족의 자녀를 예로 들면 2009년 10만7000명에서 2020년 27만6000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35년에는 다문화가족의 자녀수가 100만명에 이를 것이다. 인구감소에 당면해 미래를 대비하는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다문화사회로의 적절한 이행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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