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해용의 홀인원보다 행복한 골프] 골프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곽해용 2022. 8. 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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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할 거를 제대로 비교하며 살아가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주자 손흥민(30·토트넘). 사진은 지난 7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과 K리그 선발팀 팀 K리그의 친선경기 때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우리는 살아가면서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를 더러 겪는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남과 비교하며 살아가는 일이다. 남보다 얼마나 좋은 직장을 가졌는지, 얼마나 좋은 학교를 졸업했는지, 재산은 얼마나 많은지, 자식들은 얼마나 성공했는지? 등등 남과 비교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남이 잘되면 부러운 것은 당연하겠지만, 때로 나에게 동기유발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유독 뛰어난 감정조절 능력과 끝없는 열정 등 남다른 특징을 가진 스타가 많이 배출되는 스포츠 세계에서도 나보다 잘하는 플레이어는 더없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런 사람을 롤 모델(role model) 삼아 자기 발전의 계기로 삼으면 나의 성장을 돕는 일임은 분명하다.



 



흔히 '남과 비교하면서 살지 말라'는 것은 단순한 비교를 통해 상대적으로 자칫 패배감이나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면 자신감이 위축되어 행복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일 거다. 



당장 SNS만 보더라도 남들은 나보다 아무런 걱정도 없이 다들 행복하게 살아만 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주변에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비교 상대는 끝없이 나타나기만 한다. 비교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만, 세상은 나를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골프세상에서도 그러하다.



 



"골프는 자신과의 경기가 아니라 다른 선수들과 함께하는 상대가 있는 경기다." 〈『골프, 정신력의 게임』 중에서, 윌리엄스 스티브〉



골프를 흔히 혼자 하는 게임. 나만 잘하면 되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골프가 상대적이란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의외로 많다. 



대회 최종일 챔피언조에 편성된 선수들이 서로 견제하다가 실수를 연발할 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챔피언조가 아닌 앞선 조에서는 선의의 경쟁이 오히려 긍정적인 긴장감이 되어 다 같이 좋은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또 같은 조의 선수가 갑자기 월등하게 잘해서 나머지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주눅이 드는가 하면 너무 헤매는 선수가 한 명 있어도 다른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칠 때도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먼저 샷을 한 선수의 볼 낙하지점을 보면서 골프채를 다른 걸로 바꿀 수도 있다. 동반자에게 몇 번 골프채를 사용했는지 물어보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잘하기 위해 최대한 주변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전략 중 하나이다. 



장타자가 훨씬 멀리 공을 보내 놓고도 비거리가 짧은 동반자가 홀에 먼저 바짝 붙이게 되면 뒤에 샷을 하는 장타자가 오히려 멘탈이 흔들려 점수를 잃을 수도 있다. 또 그린 위에서 먼 거리에 있는 플레이어가 먼저 홀인을 해버리면 가까운 거리에서 갑자기 실패할 때도 있다. 앞 플레이어가 길게 쳐서 홀인 못하면 다음 플레이어는 통상 짧게 치는 것도 골프가 상대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김희지, 곽보미 프로가 밝은 표정으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KLPGA

 



 



자기보다 좋지 않은 환경에 놓여있던 사람이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게 되면 일순간 당황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기본 심리다. 이럴 땐 '나도 잘하면 된다.' '나도 할 수 있다.'라고 가볍게 생각하거나 동반자의 샷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면 되는데 그게 마음대로 그렇게 쉽지 않다. 



괜한 비교 우위를 통해 스스로 움찔하거나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상대가 나보다 잘한다고 기죽고 나보다 잘못한다고 깔보는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 단순하게 기량의 높고 낮음으로 나의 행복을 재단할 필요는 없다. 이런 대회조차 참가하지 못한 많은 선수가 있다고 생각하며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최선을 다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늘 모든 일에서 나의 능력과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을 분리하여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조선 선조 때 재상 이원익도 '뜻과 행동은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고(志行上方), 분수와 복은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라(分福下比)'라고 했다. 즉 인품이나 능력은 나보다 훌륭한 사람과 비교하여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부귀영화는 낮은 사람과 비교해야 욕심을 내지 않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주자 손흥민(30·토트넘). 사진은 지난 7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과 K리그 선발팀 팀 K리그의 친선경기 때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나는 토트넘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를 좋아한다. 손흥민 선수가 나오는 실시간 중계방송은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팬이다. 손흥민 선수의 골 모음 장면을 TV에서 볼 때마다 즐겁고 대리만족을 얻는다. 손흥민 선수의 장점을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1. 침착한 골 결정력.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이 놓친 기회조차도 곧바로 나의 기회로 삼는다.



2. 최대한 단순하게 슛한다. 공이 왔을 때 가능하면 바로 슛하고 머뭇거리지 않는다.



3. 판단력이 뛰어나다. 뒷공간 침투 등 공간 파악 능력이 탁월하다.



4.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발을 모두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다.



5. 강인한 체력. 뛰어난 드리블과 빠른 달리기 능력(33.3km/h)을 갖추고 있다. 70m 단독 드리블로 FIFA 푸슈카시상을 수상했던 '번리전 원더골'을 보면 알 수 있다.



6. 탈압박에 강하다. 공격수에 달라붙는 여러 명의 수비수를 따돌리는 능력이 뛰어나다. 



7. 인품이 좋다. 평소 동료들의 평가, 도움 골 하는 모습이나 경기 후 어린 팬에게 입고 있던 티셔츠를 선물하는 등의 행동에서 잘 나타난다.



 



축구는 단체종목이지만, 운동의 기본 개념은 골프와 비교하여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골프선수도 손흥민 선수처럼 결정적인 순간에는 실수하지 않고 침착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기회가 왔을 때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스윙도 가능하면 단순해야 한다. 코스 경영을 위해 상황판단도 잘해야 한다. 드라이버, 아이언, 퍼트 등 샷의 다양한 기술을 꾸준히 연마하여 골프의 모든 채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이거 우즈도 "골프선수의 힘은 다리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듯이 강인한 체력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골프도 압박감을 이겨내는 멘탈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리고 운동에 앞서 기본적인 인품도 갖추어야 한다. 다른 플레이어를 단순히 경쟁 측면에서만 인식하지 말고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 배우는 동반자로 생각해 보자. 부재승덕(不才勝德)이란 말이 있다. 재주가 덕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기량이 뛰어나도 인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진정한 프로가 아니다. 



골프나 인생에서나 이왕 남과 비교하며 살아갈 거라면, 나보다 기량이 탁월하고 품성이 좋은 플레이어를 나의 롤 모델로 삼되, 남이 아닌 바로 자신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며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조금 덜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가는 행복한 길이 아닐까 싶다.



 



*칼럼니스트 곽해용: 육군사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고려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필가이며 최근에는 행복한 골퍼를 응원하는 『홀인원보다 행복한 어느 아빠의 이야기(2022)』를 출간하였고, 『50대, 나를 응원합니다(2020)』 등의 저서가 있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2021년 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곽보미 선수의 아빠이기도 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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