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도시의 깨진 유리창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및 대전구청장협의회장 2022. 8.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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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돌아온 에릭 스트룀은 깜짝 놀랐다.

동 초도순방과 주민총회 등에서 만난 주민들의 요구와 민원사항 중 쓰레기와 주차 문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1인 가구 증가와 온라인 배달 문화가 확산하면서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쓰레기와 주차 문제 등은 도시의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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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모 대전 서구청장및 대전구청장협의회장

2년 만에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돌아온 에릭 스트룀은 깜짝 놀랐다. 주택가 골목과 거리는 물론 공원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줍거나 치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에릭은 조깅할 때마다 봉투를 들고 나가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플로깅(plogging)'은 그렇게 시작됐다. 플로깅은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우프(plocka upp), 달리기를 의미하는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다.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뜻이다. 2016년 한 시민의 생활 속 실천으로 시작된 플로깅은 이제 전 세계로 확산했다.

일본 오사카 앞바다에는 직경 3㎞ 정도의 마이시마(舞洲)라는 인공 섬이 있다. 이곳에는 놀이공원을 연상시키는 시설이 눈에 띈다. 화려한 색상과 아름다운 곡선의 외벽을 자랑하는 이 시설은 오스트리아의 유명 건축가가 디자인했다. 놀랍게도 이 시설은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소각장이다. 소각장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을 설득하고 혐오시설이라는 오명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렇게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오사카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20%를 처리하는 마이시마 소각장은 국내외 관광객과 견학단을 불러 모으는 지역의 효자시설이자 랜드마크가 되었다.

두 사례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나는 시민의 자발적인 실천, 또 하나는 지방정부의 노력이다. 쓰레기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민들이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골칫거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자발적인 실천과 지방정부의 노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 생활 속 민원을 해결하고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양 날개이자 수레바퀴인 셈이다. 한쪽 날개나 바퀴로는 날 수도 달릴 수도 없다.

지난 7월1일 민선 8기 대전 서구청장에 취임한 후 한 달여 동안 현장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주력했다. 동 초도순방과 주민총회 등에서 만난 주민들의 요구와 민원사항 중 쓰레기와 주차 문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만큼 일상과 밀착된 문제이자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시대적·환경적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1인 가구 증가와 온라인 배달 문화가 확산하면서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주차난도 심각하다. 다세대주택이나 상가 밀집 지역은 특히 그렇다.

서구는 이러한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쓰레기 수거나 청소 시스템에 허점은 없는지 면밀하게 점검하도록 이미 해당 부서에 지시했다. 5개 구가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찾고 있다. 주차 문제 역시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활용·재배치해 주차공간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검토 중이다. 동시에 주민들의 자발적인 실천과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60년대 말 미국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한 대는 유리창을 깨고, 다른 한 대는 깨지 않은 상태로 자동차 두 대를 방치했다. 일주일 후 유리창이 깨지지 않은 자동차는 처음 상태를 유지했지만,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는 물건과 부품이 사라지고 파손되기도 했다. 작은 무질서가 더 큰 무질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쓰레기와 주차 문제 등은 도시의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이다. 방치하면 더 큰 무질서를 가져온다. 개인이, 지방정부가 당장 할 일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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