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일감 몰아주기 수사에..와인숍 내려다 제동 걸린 삼성웰스토리

홍다영 기자 2022. 8. 9.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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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 직원에게 와인 판매..이사회 의결까지 마쳤지만 제동
코로나·급식 규제·수사 삼중고
/뉴스1

삼성그룹 급식 계열사 삼성웰스토리가 고객사에 와인을 판매하려다 제동이 걸렸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식 사업이 위축되고 홈술족(族)이 늘자 고객사 사업장에 주류 전문 소매점(와인숍)을 내기 위해 지난 4월 이사회 의결까지 마쳤는데요. 최근 무산되는 분위기로 전해집니다.

단체 급식을 제공하는 고객사 요청으로 사업장 중 남는 공간에서 와인을 판매하려 했는데 고객사가 공간 활용을 재검토한다며 입장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해당 고객사가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재계에서는 “삼성웰스토리가 일감 몰아주기로 수사를 받는 중 와인숍을 내려다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 2008년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와 2020년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GEC(Global Engineering Center)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와인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사원증을 제시하면 와인을 할인받을 수 있죠.

삼성웰스토리 측은 “복리 후생 차원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와인숍을) 크게 확대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인데요.

삼성웰스토리가 와인을 판매하는 모습에서 신세계엘앤비(L&B)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신세계엘앤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와인을 합리적인 값에 공급하겠다’며 2008년 말 세운 이마트 자회사죠. 이마트와 이마트24 등 계열사에 와인을 공급하며 매출을 키웠는데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지탄받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자 신세계엘앤비는 와인을 계열사 위주로 판매하는 대신 와인앤모어 등 자체 유통 채널을 늘리고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신세계엘앤비의 작년 매출 약 2000억원 중 이마트 등 특수 관계자 거래로 발생한 매출은 97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이 안 됩니다.

재계에서는 코로나와 정부 규제로 국내 급식 사업이 위축된 삼성웰스토리가 와인으로 활로(活路)를 찾으려다 검찰 수사로 주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6월 삼성웰스토리에 유리한 조건으로 단체 급식을 몰아줬다며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그룹 계열사 5곳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로 창출한 삼성웰스토리 수익이 총수 일가의 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당시 공정위 판단이었는데요.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 4곳이 2013년 4월 삼성웰스토리(당시 삼성에버랜드)와 식재료비⋅마진 보장, 소비자 물가⋅최저 임금과 연동한 식단가 인상 등 유리한 조건으로 급식 계약을 맺었고 계약 이후 삼성웰스토리의 영업 이익률이 15.5%로 경쟁사 11곳 평균(3.1%)보다 5배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당시 부장 조진원)는 사건을 넘겨받아 지난 3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성웰스토리와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를 압수 수색했습니다.

삼성 측은 압수 수색 과정에서 급식 운영과 무관한 자료까지 넘어갔다며 반발했고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했죠. 수사 기관의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해당 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구한 것인데요.

정부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영세 기업이 공정하게 일하고 경쟁할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죠.

현행 공정거래법 47조는 자산 5조원 이상 기업 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이 20% 넘는 계열사와 거래할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보는데요.

삼성웰스토리는 지분 100%를 삼성물산이 갖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7.97%),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6.19%),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6.19%),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0.96%) 등이 보유 중인데요. 이들 지분을 합치면 30%가 넘죠.

삼성웰스토리의 작년 매출은 2조643억원인데요. 삼성물산 등 특수 관계자와 거래해 발생한 매출은 830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0% 수준이죠.

삼성 측은 “임직원 복리 후생을 위한 경영 활동이 부당 지원으로 호도됐다”는 입장인데요. 삼성웰스토리가 코로나와 국내 급식 사업 규제, 검찰 수사 등 삼중고(三重苦)를 어떻게 극복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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