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 가라앉고 영국 '이코노미스트' 잘 나가는 비결 [송의달의 모닝라이브]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올해 3월말 결산기준으로 118만5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데 힘입어 전년 대비 매출이 12% 증가(3억4630만 파운드)했다고 2022년 연례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4640만파운드)은 2016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英 이코노미스트, 6 년 만에 최대 이익
2020년 3월 108만명이던 이코노미스트의 디지털 구독자는 작년 3월 112만명에서 올해 3월에 118만명대로 늘었습니다. 증가 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코노미스트는 효율 높은 디지털 전환으로 성과를 냈습니다.
라라 보로(Lara Boro) 이코노미스트 CEO는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 웹사이트를 찾는 월간 순방문자(monthly unique visitor) 숫자가 2021년 3월 400만명에서 올해 3월 1630만명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1년 전 대비 300만명 늘어난 5860만명에 달합니다. 총매출에서 디지털의 비중은 55%이며, 신규 구독자의 66%가 디지털판을 구독하고 있습니다. 세대 교체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코노미스트의 팔로워는 600만명인데, 이 가운데 18~24세 젊은층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이코노미스트 2022년도 연례보고서’가 밝혔습니다.
팟캐스트(Podcast) 사용자는 2021년에 3억 100만건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습니다.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회사측은 팟캐스트 유료 서비스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2020년 35%이던 전체 구독자 중 디지털 구독자의 비중은 지난해 44%, 올해 52%로 상승 중입니다. 연례보고서에 적시된 이코노미스트의 매출 원천은 크게 4가지입니다.
2022년 회계연도의 경우, 잡지 판매매출과 이코노미스트 교육(Economist Education임원 상대 교육 프로그램)에서 1억9430만 파운드를, ‘이코노미스트 임팩트’(Economist Impact)라는 고객 솔류 브랜드에서 1억 650만 파운드,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Economist Intelligence)라는 연구분석 부문에서 4550만 파운드를 각각 벌었습니다.
◇고급 컨텐츠와 디지털 전환의 합작품
상당수 세계 미디어 기업들의 침체와 대조적으로 주요 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이코노미스트의 부흥(復興)은 여러가지를 시사합니다.
무엇보다 우크라나이 전쟁과 인플레이션·공급망 불안 같은 복합 경제 위기, 취약해진 정치 리더십 같은 급변기에서 정선(精選)된 고급 저널리즘 콘텐츠의 파워는 더 커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고급 콘텐츠를 지렛대 삼아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진취(進取)적인 ‘경영의 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확산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 흐름이며, 어떤 형태로든 디지털에서 새로운 매출과 이익을 내야 한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됩니다. 소셜미디어와 오디오를 적극 활용하고 청년들을 겨냥한 이코노미스트의 공격적인 확장 노력이 적중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부흥은 매출 감소와 신규 수익 창출, 디지털 대응에 고민하는 한국의 미디어 기업과 관계자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CNN’ 시청자 수 27% 감소...’폭스뉴스’는 증가
미국 보도전문 채널 CNN은 시청자 감소, 광고 수입 감소, 경영 판단 착오 같은 3중(重) 위기에 처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달 2일, 시청률 조사기업 닐슨이 집계한 자료를 인용해 “CNN의 올해 2분기 황금시간대(prime time) 평균 시청자 수가 63만9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7% 정도 감소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Fox News)는 시청자 수가 1% 증가했고, CNN처럼 리버럴 매체인 MSNBC의 시청자 수는 23% 정도 줄었습니다. CNN의 성적표는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 가운데 나쁜 편입니다.
CNN은 매출에서 전통적인 TV 광고의 비중이 큽니다. 따라서 최근 황금시간대 시청자 수 감소는 곧바로 경영 타격으로 이어집니다. 금융정보업체인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올해 CNN의 수익(profitability)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리버럴 성향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았던 시대가 끝난데다, 집권당인 민주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저조한 탓이 큽니다. 이로 인해 즐겨찾던 시청자들이 크게 감소한 것입니다.
올해 출범후 한 달 만에 폐업한 뉴스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CNN+’ 관련 손실도 악재(惡材)가 되고 있습니다. CNN은 ‘CNN+’ 출범을 앞두고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러스와 NPR의 오디 코니시 등 유명 앵커를 고액을 들여 스카웃했습니다. 그러나 CNN+가 문 닫는 바람에, 비용만 지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CNN 지도부는 올해 7월 “각종 사내 기념식에 드는 비용을 1인당 50달러(약 6만5000원) 이하로 제한하라”는 등의 규정을 사원들에게 회람하고 긴축 경영에 돌입했습니다. CNN이 어떻게 되살아날지 세계 미디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 中 차이신과 日 닛케이...비영어권 디지털 구독 1, 2위
비영어권(non-English) 매체 가운데 가장 많은 디지털 유료 구독자(digital subscriber)를 갖고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요? 세계 미디어 회의(World Media Congress) 개최를 주관하는 국제정기발행물연맹(FIPP·International Federation of Periodical Publishers)은 85만명의 디지털 구독자를 지닌 중국의 차이신(Caixin·財新)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본의 닛케이 닷컴(Nikkei.com)과 독일의 빌트 플러스(Bildplus)가 2위와 3위로 집계됐습니다. ‘차이신’은 중국의 경제 금융 비즈니스 전문 인터넷 매체입니다.
작년까지 1위였던 일본의 닛케이 닷컴은 일본경제신문과 닛케이비즈니스 같은 일본어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올해 상반기 현재 81만6682명의 디지털 구독자를 확보해 차이신과의 격차는 3만3000여명으로 근소합니다.
차이신의 디지털 구독자는 2019년 30만명에서 2020년 51만명, 지난해 7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10억명이 넘는 중국 인터넷 인구를 감안하면, 85만명은 0.1%를 밑도는 낮은 비율입니다.
이는 중국을 통치하는 중국 공산당이 언론 매체를 완벽하게 통제해 기본권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프랑스의 르 몽드(Le Monde)와 레큅프(L’Equipe)는 각각 42만명과 33만2000명의 디지털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FIPP는 밝혔습니다. 르 몽드의 순위는 비영어권 매체 가운데 전체 4위입니다. 프랑스 총인구(6550만명)를 감안하면, 프랑스 언론 매체들의 디지털 유료 구독자 비율이 중국 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차이신’의 85만명 디지털 구독자는 탐사 보도 노력이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차이신은 민감한 정치·사회 뉴스를 취급하지 않는 대신 기업과 경제·금융 분야의 비리와 문제점을 고발하는 탐사보도로 중국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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