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커머스' 열풍.. 백만뷰 영상에 웃으며 지갑 엽니다

송혜진 기자 2022. 8.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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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재밌는 영상으로 소비자 유혹

GS25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이리오너라’는 지난달 14일 가수 박재범이 ‘원 소주’를 홍보하기 위해 일일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는 모습을 담은 ‘편의점 알바생 박재범의 하루’ 영상을 게재했다. 유명 가수가 편의점 업무를 배워나가는 과정을 담은 13분 4초짜리 이 영상은 3주 만에 114만명 넘는 사람들이 시청했다. 작년 1월 ‘예능에 진심인 편의점’을 내걸고 새롭게 출범한 ‘이리오너라’는 작년 8월 구독자 50만명 돌파에 이어 이달 5일에는 100만명을 넘겼다.

온라인 유통에서 ‘펀 커머스(Fun Commerce)’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홈쇼핑이나 기존의 라이브 커머스가 제품의 특징이나 성능을 꼼꼼히 알려주면서 소비자들을 모았던 것과 달리, 펀 커머스는 가격 흥정을 벌이거나 제품을 홍보하는 과정 자체를 예능 프로그램처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고(高)물가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웃음으로 달래주면서 이례적인 판매 실적을 기록하기도 하고,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불황일수록 웃겨야 팔린다, 펀 커머스 시대

원조 격은 연예인을 앞세운 펀 커머스이다. 연예인 황광희와 장영란 등을 앞세운 유튜브 채널 ‘네고왕’이 펀 커머스를 본격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고왕은 ‘네고(negotiation·협상)’ 과정을 통해 특정 제품을 특별 할인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인데 선정된 제품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얻었다. CJ제일제당은 이 채널을 통해 지난달 21일부터 중화요리 간편식 세트를 56%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평소보다 20배나 많은 물량을 방송 당일 모두 팔아치웠다. 다음 날 추가 물량을 공수했는데도 다시 품절 사태가 빚어지면서 CJ제일제당이 ‘수량 부족으로 고객 쇼핑에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올리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국말을 잘하는 연예인으로 유명한 조나단도 지난달 유튜브 채널에서 한 치킨업체와 1만1000원짜리 치킨(포장 판매)을 5000원에 판매하는 깜짝 행사를 벌였는데 할인 쿠폰을 다운로드하는 사이트가 접속 마비를 빚기도 했다.

대기업들은 아예 ‘예능 채널화’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CJ ENM이 만든 ‘장사의 신동’은 올해 초 판매액 100억원을 돌파했고, 편의점 CU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씨유튜브’는 최근 조회 수 1억회를 달성했다. 이커머스 기업 티몬이 만드는 펀 커머스 ‘광고천재씬드롬’은 작년 말 KFC과 명륜진사갈비편 등을 공개하자마자 누적 시청 100만회, 매출 12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간편식 1위 업체 프레시지, SPC그룹이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업체 배스킨라빈스, 치킨업체 BBQ 등도 최근 펀 커머스 제작사와 손잡고 관련 영상을 찍었다. 방송 제작 관계자는 “펀 커머스는 몰입도가 생명”이라면서 “웃기고 재밌을수록 몰입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제품 광고보단 배꼽 빠지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홈쇼핑에 비해 규제 덜 받아

업체들은 제품 판매에 있어 TV홈쇼핑과 달리 상대적으로 법적 규제가 덜하다는 점에서도 펀 커머스를 선호하고 있다. 가령 TV 홈쇼핑에선 기능성 화장품을 팔 때 ‘아찔한 탄력’이나 ‘피부가 즉각 환해지는 효과’ 같은 말을 쉽게 쓸 수 없지만 펀 커머스는 상대적으로 이 같은 표현을 자유롭게 쓴다. 퀴즈 쇼나 길거리 인터뷰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 품목도 홈쇼핑보단 펀 커머스가 훨씬 다양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홈쇼핑과 비교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최소한의 규제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라이브 커머스 사업자에 대해서도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최소한의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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