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서울대의 ‘도덕적 해이’

곽수근 여론독자부 차장 2022. 8.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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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가에서는 ‘만 5세 입학 논란’의 최대 수혜 기관이 서울대라는 얘기가 나온다. 만 5세 입학안 파문이 각종 이슈를 빨아들이는 바람에 무려 666명 교직원이 징계(4명)·경고(255명)·주의(407명) 조치를 받은 서울대 종합감사 결과가 묻혀 반사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만 5세 입학안으로 한창 뭇매를 맞던 교육부가 지난 4일 공개한 서울대 종합감사 결과를 살펴봤다. ‘도덕적 해이’의 각종 행태가 담겨 있었다.

감사 처분서에 따르면, 그동안 서울대 교원은 연가·병가·출장 등을 자기 마음대로 썼다. 상급자 결재, 휴가 등록 등을 하지 않아 휴가를 언제 얼마나 썼는지 현황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임의 출장·휴가로 근무지를 이탈했는지 복무 준수 여부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교수 채용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성범죄 경력을 확인하지 않고 뽑은 교수가 56명이었고, 임용 결격 사유를 조회하지 않고 임용한 교수는 155명이나 된다. 일부 학과는 교수 지원자의 석·박사 지도교수를 전공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채용 심사 업무를 담당케 해 경고를 받았다.

음주 운전 등 중징계 대상인 교수들에 대해 경징계 의결을 요구해 견책이나 감봉 1개월 등으로 처분한 사실도 드러났다. 연구년을 다녀온 뒤 1902일이 지나도록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교수를 비롯, 연구년 규정 위반 교수는 415명에 이른다. 배우자 등 가족을 신고 없이 연구원으로 참여시키고 인건비를 타낸 경우는 총 32건(2억6900만원)으로 드러났다. 또 학교가 고문 변호사를 두고 건당 10만원 내 자문료를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도, 고문 변호사를 위촉하지 않고 건당 최대 5500만원까지 자문료를 지급하는 등 총 1억6965만원을 자문료로 썼다. 이 밖에 학생 연구원의 인건비 2090만원을 자기 마음대로 쓴 교수, 도록(圖錄) 견적서와 세금계산서를 허위 발행한 교수, 허위 거래 내역서로 개인용 노트북을 챙긴 교수 등 일일이 열거하기 민망할 정도다.

무엇보다 오세정 총장에 대한 경징계 요구를 확정한 이번 감사 결과가 서울대엔 부끄러움으로 남을 것이다. 오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서울대 로스쿨 교수)과 이진석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서울대 의대 교수)의 범죄 사실을 통보받고도 징계 요구를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징계시효가 지난 일부 혐의는 유죄 판결이 나와도 징계할 수 없게 됐다.

올해 서울대가 받는 정부 출연금은 5379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서울대보다 재학생이 5000명 가까이 많은 경북대(1934억원)의 2.8배에 달하는 지원액이다. 서울대가 자율성을 확대한다며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지 올해로 11년째인데 교원 복무 관리가 엉망이었고, 예산 일부는 ‘눈먼 돈’ 쓰듯 허술하게 관리해온 것이 드러났다. 부끄러운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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