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금리인상과 볼커의 쿠데타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2. 8. 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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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물가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이른바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심지어 울트라스텝까지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렬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금리인상은 물가안정에 얼마나 효과적일까.

물가는 국민의 생계비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금리인상은 오히려 이자비용 상승을 통해 생계비 부담을 가중한다.

사실 지금의 공세적 금리인상은 경기침체를 유도해 물가를 낮추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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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형 연구위원

세계적으로 물가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이른바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심지어 울트라스텝까지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렬이 이어진다. 25bp의 점진적 금리인상, 즉 베이비스텝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이다. 물가불안이 그만큼 커진 탓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소비자물가가 6.3% 급등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런 추세에 대응해 한국은행도 사상 최초 빅스텝에 나섰다.

그렇다면 금리인상은 물가안정에 얼마나 효과적일까. 물가는 국민의 생계비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금리인상은 오히려 이자비용 상승을 통해 생계비 부담을 가중한다. 거기다 금리인상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이나 고용감축까지 감안하면 민생 측면에서 고통은 배가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물가급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지원하기보다 자칫 인플레이션 불안만 더욱 자극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지금의 공세적 금리인상은 경기침체를 유도해 물가를 낮추는 전략이다. 코로나 충격과 러시아 전쟁으로 공급에 제약이 큰 상황에서 소비나 투자 등의 수요를 줄여 '거시적 축소균형'을 도모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담은 경제주체별로 매우 불균형할 수 있다. 가령 시장지배력이 큰 기업들은 금리인상의 비용부담을 제품가격에 반영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곤 한다. 또는 다른 비용을 낮추고자 임금이나 고용을 줄이고 하청업체 등에 원가부담을 떠넘기는 경우도 잦다.

물가안정 노력이 도리어 민생안정을 위협하는 모순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이 선호되는 이유는 뭘까. 지금과 많이 비교되는 1970년대 대인플레이션을 종식한 미국의 파격적 금리인상이 그 논거로 거론된다. 하지만 1979년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주도한 이 처방은 대량실업과 대규모 파산을 이끌며 "볼커의 쿠데타"라는 오명을 덮어써야 했다. 그를 연준 의장으로 선임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그 여파로 1980년 재선에 패배했고 그해 15%까지 치솟은 미국 물가는 2차례 경기침체를 겪은 후 1982년에야 8% 밑으로 안정됐다.

이처럼 금리인상은 물가안정 효과가 분명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후폭풍을 낳을 수 있다. 흔들리는 물가심리를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단호한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그 후과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처방은 위험한 불장난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볼커의 쿠데타는 1982년 세계 경기침체와 1980년대 초중반 신흥시장 부채위기로 충격을 증폭해나갔다. 지금도 유사한 경고가 줄을 잇고 국내에서도 회색 코뿔소에 가깝던 가계부채 위기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크다.

물론 볼커의 실험은 물가안정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특히 1990년대 이후 미국 경제회생의 초석을 다졌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고무적인 소식이나 과연 10년 뒤를 내다보고 공세적 금리인상을 감내할 자신이 있을까. 외환위기 중에도 고강도 긴축처방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컸다. 지금도 금리인상이 능사는 아니고 그 속도조절을 비롯해 다양한 보완·대체수단에 대해서도 각별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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