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이례적인 경고..'초유의 강등 위기' 수원, 패배도 패배 나름이다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축구는 어떻게 패배하는지도 중요하다.
수원 삼성은 6일 오후 7시 30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7라운드에서 2-4로 패배했다. 이번 패배로 수원은 11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결과우선주의가 될 수밖에 없는 프로 스포츠지만 내용은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승리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패배의 내용 역시 중요하다. 패배하더라도 팬들이 박수를 보내주는 '졌잘싸'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무기력한 패배는 긍정적인 면도 없을뿐더러, 어디서부터 개선해야 할지를 판단하지 못하게 만든다. 강등 위기에 내몰린 수원은 무기력한 패배를, 그것도 지역 라이벌전에서 팬들에게 선보였다.
수원 선수들이 90분 내내 그러한 태도를 보여준 건 아니다. 수원 선수들은 3번째 실점하기 전까지 공수가 원활하게 풀리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적극성을 잃지 않았다. 원정 응원을 나온 팬들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응원가를 불러준 건 선수들의 투지를 목격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현이 득점을 터트린 후반 24분부터는 수원에게서 투지, 투혼과도 같은 정신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연 승리가 절실한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졌다.
이는 수원FC의 공격 흐름만 봐도 알 수 있다. 김현의 쐐기골이 나오기 전까지 수원FC의 공수 연결고리를 담당해주는 무릴로와 이승우는 대단한 활약상이 없었다. 수원은 이승우나 무릴로부터 파생되는 공격을 막아서고자 계속해서 두 선수에게 강한 압박을 넣었다. 무릴로와 이승우가 몸싸움이 강한 유형이 아니기에 좋은 활약을 선보이기 힘들었다.
그랬던 무릴로와 이승우가 살아난 건 수원 선수들이 투쟁심을 잃었을 때부터였다. 1-3이 되자 수원은 1선부터 최후방 수비라인까지 따로 놀기 시작했다. 수원FC 선수들은 수원의 빈 공간에서 너무나 쉽게 패스를 주고받으며 추가 득점을 계속해서 노렸다. 무릴로와 이승우의 몸상태가 100%였다면 수원은 일찌감치 더 골을 내줬을 것이다.
더 슬픈 건 후반 40분에 나온 수원의 만회골 장면이었다. 교체로 들어온 오현규와 류승우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힘이 남아있다는 걸 감안해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역습을 다시 복기해보면 역습에 나선 오현규와 류승우를 도와 뛰어오는 다른 선수가 없다. 1-3 스코어, 절실한 승점 그리고 후반 40분. 무승부라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시간이지만 나머지 수원 선수들은 동료의 역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동기부여 측면에서만 봐도 수원FC보다는 수원이 더 간절해야 정상이다. 승점 1점이 너무나 절실하고, 강등권을 벗어나야 하고, 수원 더비 참사를 복수해줘도 모자라지만 1-3이 되자 몇몇 수원 선수들은 경기를 포기했던 것이다.
축구에서는 정신력이 결과로 승화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생존왕'이라고 불렸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과거에 잔류 싸움을 해오면서 어떤 기적을 만들어냈는지는 모든 K리그 구성원이 알고 있다. 정신력이 때로는 기적을 만든다는 걸 선수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처럼 쏟아지는 여름 날씨. 90분을 죽어라 뛰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실제로 수원 선수들 모두 경기 후 그라운드에 그대로 쓰러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다르다. 그 사소한 한 끗 차이가 선수 입장에서는 야속하겠지만 경기장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병근 감독은 평소 기자회견 중 선수단에게 쓴소리를 잘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좋지 못한 결과나 내용이 나오면 자신의 책임이라며 먼저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한다.
그런 이병근 감독조차도 수원 더비 패배 후 "우리는 다른 팀의 2배 더 노력해야 한다. 수원이라는 이름만 가지고 공을 찰 수는 없다. 상대는 우리를 이기기 위해서 한 발 더 뛰는 간절함이 더 있다. 우리 선수들은 아직까지 깨우치지 못했다. 저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그렇게 뛰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례적인 경고 메시지를 선수단에 던졌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이병근 감독이 그러한 비판적인 어조를 내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