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최악 결항' 美항공사..대처방식은 더 최악

윤원섭 2022. 8. 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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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여행 폭증 예상된 상황서
항공사 인력 제대로 확충안해
비행편 줄여 비용축소에 급급
고객이 입는 유무형 손실 외면
설마 했는데, 기자도 당했다. 바로 올여름 악명 높은 미국 내 항공기 결항·지연 사태다.

지난 5일(미국시간) 뉴어크공항발 시애틀공항행 유나이티드항공 UA726편은 원래 출발 시간인 오후 5시 50분보다 거의 4시간 반이나 늦은 밤 10시 20분이 돼서야 이륙했다. 기자를 포함해 오래 기다린 승객들은 짜증과 피곤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좀 더 알아보니 결항되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날 오후 7시 기준 항공기 출항 현황판에 따르면 뉴어크공항발 유나이티드 항공 90편 중 무려 24편(27%)이 결항이었다. 29편(33%)이 지연되었고, 37편(41%)만이 정시 출발했다. 이 결항·지연 수치는 이날 기상 악화 때문에 평균을 크게 상회했지만 사실상 '위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문제의 원인은 '보복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항공사들은 이에 대비하지 않은 것으로 요약된다. 늘어난 수요만큼 인력을 확대 배치하지 않은 것이다. 공항도 마찬가지다. 뉴어크공항의 경우 인력 부족 문제로 미국 언론과 항공사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항공 인력은 무작정 배치할 수 없다. 안전·보안 등의 이유로 사전에 충분한 교육이 필수다. 결국 사전 수요 예측에 기반한 인력 교육과 배치를 하지 않았다는 말로 귀결된다.

이 같은 위기에 미국 주요 항공사들의 대응은 항공편 축소였다. 아메리칸항공은 다음달부터 전체 항공편을 2% 줄인다. 유나이티드와 델타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수요에 맞춰 항공편을 확대하기보다는 오히려 축소해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는 승객들에게는 비용 증가와 불편함 가중으로 이어진다.

항공사의 이 같은 대응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시애틀에서 열린 제82회 전미경영학회에 참가한 로라 기어지 런던정경대 교수는 위기 시 회사는 '경제적 비용(economic cost)'이 아닌 '인적 비용(human cost)'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적 비용은 고객이 입는 유무형의 손실을 뜻하는데, 항공권 가격 인상과 이에 따른 불편함 등이 포함된다.

기어지 교수는 "연구 결과 최고경영자(CEO)가 위기 시 인적 비용을 우선시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밝히면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고 시장에 부정적인 뉴스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위기 시 CEO의 96%가 경제적 비용을 언급하지만 인적 비용을 언급하는 경우는 절반 수준이라고 기어지 교수는 설명했다.

우리 기업들도 고객의 비용을 먼저 헤아림으로써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위기를 맞지 않도록 대비해야 하겠다.

[뉴욕 = 윤원섭 특파원 yw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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