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칩4 참여, 공정과 공존의 원칙 담아야

2022. 8. 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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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예비회의에 다음달 참여하기로 했다. 혈맹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무역 원칙과 국익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관심사다. '칩4'는 반도체 설계와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의 주도 아래 소재·부품에 강점이 있는 일본, 생산능력이 뛰어난 한국·대만 등 4개국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세계 반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데다 장비·소재·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칩4' 참여를 거부하기 힘든 환경이다. 문제는 중국의 반발이다.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을 배제하고 고립시키려 칩4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파트너다. 홍콩으로 가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를 중국 시장에서 사가고 있다.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반도체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중국이 한국의 '칩4' 참여를 겨냥해 "상업적 자살 행위"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무역·생산 관계를 배경에 두고 하는 말이다. 반도체 공급이 중단되면 중국 기업들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때처럼 직접적 보복은 강행하지 않는다 해도 '칩4 참여'가 오는 24일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에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의 이런 경쟁과 대립 사이에서 한국은 과거 수십 년 동안 고수해온 자유무역 원칙 그리고 공정·공존의 원칙을 강조하는 수밖에 없다. '칩4'가 발족하더라도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과 상호 공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천명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그동안 정부보조금을 지급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해 불공정 경쟁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미국은 지금 노골적인 중국 배제로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은 세계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칩4'가 공정한 경쟁을 이끌고 상호 공존에 이바지하도록 지속적으로 참가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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