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특채 단체협약에 못박는 민주노총, 이런게 '아빠 찬스'다 [사설]

2022. 8. 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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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2022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노동계의 '고용 세습' 병폐가 근절되지 않아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 1057개를 조사한 결과 63개 단체협약에서 위법한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확인됐다.

정년퇴직자·장기근속자·직원의 직계가족 채용 조항을 담은 협약이 58건이고 노조·직원 추천자 채용 조항을 담은 협약이 5건이다. 우선·특별채용 조항을 담은 단체협약 중 68.3%는 민주노총에 소속된 사업장이었다. 민주노총이 막강한 위세를 앞세워 전현직 조합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거나 다른 지원자에 비해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고용세습'을 누려온 셈이다.

현재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런 상황에서 귀족노조인 민주노총이 단체협약에 '자녀특채'를 못 박는 것은 채용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파괴하는 '아빠 찬스' 남용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좌절과 고통을 안겨주고 그들의 미래를 짓밟는 기득권의 횡포이기도 하다.

근로자 채용 과정에서 차별을 금지한 고용정책기본법에도 어긋난다. 문제는 이 같은 '일자리 대물림'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8년 국정감사에선 현대자동차 롯데정밀화학 금호타이어 등의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서울교통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에서도 일자리 세습이 만연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공정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거대 노조의 '기득권 대물림'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 정부는 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하지만 이 조치만으로 폐단을 근절하기 어렵다. 시정 조치에 불응해도 벌금 500만원만 내면 고용세습을 유지할 수 있는데 누가 정부 조치를 따르려 하겠나.

귀족노조의 '현대판 음서제'를 막고 청년들에게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하려면 미국처럼 사용자뿐만 아니라 노동계의 부당노동행위도 엄하게 처벌하도록 관련법부터 손질해야 한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노동계의 '아빠찬스' 꼼수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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