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꽃궁기'에 눈길 끄는 마타리·뚝갈 남매
여름꽃은 거의 지고 가을꽃은 좀 이른 요즘, 숲이나 풀밭에서 가장 인상적인 꽃은 황금색 마타리 아닐까 싶습니다. 마타리가 보이면 주변에 모양이 비슷하지만 꽃이 흰색인 뚝갈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타리와 뚝갈이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우선 마타리는 꽃도 꽃대도 황금색이고 키가 1미터 이상으로 커서 시선을 확 끄는 식물입니다. 마타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산과 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여름부터 시작해 늦게는 10월까지도 볼 수 있으니 아직 초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타리는 꽃이 핀 모양이 참 특이합니다. 아래쪽일수록 꽃줄기가 길고 위쪽일수록 짧아 꽃들이 거의 평면으로 피는 구조, 그러니까 바람에 뒤집어진 우산 모양을 이룹니다. 이런 꽃차례를 산방꽃차례라고 합니다. 뚝갈도 같은 형태로 꽃이 핍니다.
마타리와 거의 똑같이 생겼는데, 꽃색깔이 흰색인 것이 뚝갈입니다. 산에 가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꽃색 외에도 뚝갈은 줄기에 거친 털이 있고 열매에 날개가 발달한 점(마타리는 줄기에 털이 거의 없고 열매에 날개가 없다)이 다르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뚝갈은 억세고 거친 털이 많다고 사내꽃, 마타리는 뚝갈에 비해 부드럽고 털이 거의 없다며 색시꽃에 비유한다고 합니다(‘한국식물생태보감’). 그러니까 마타리와 뚝갈은 남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마타리와 비슷하게 노란꽃이 피는 것으로 금마타리, 돌마타리가 있습니다. 둘다 마타리보다 키가 작습니다. 금마타리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마타리보다 키가 작고 잎이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져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타리는 1~1.5m 정도까지 자라지만 금마타리는 20~30cm 정도 크기이고 주로 높은 산에서 자랍니다.
돌마타리도 산에서 바위틈 등을 무대로 사는 식물입니다. 높이 20∼60cm로 자라며 잎이 깃꼴로 깊게 갈라지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돌마타리는 마타리와 비슷한 시기에 피지만 키가 작고, 금마타리는 키가 아주 작은데다 마타리보다 두달 정도 빠른, 5월부터 피기 시작해 헷갈린 염려가 거의 없습니다.
마타리 종류를 얘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특유의 냄새입니다. 특히 무더운 날 마타리에 다가가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이 냄새는 썩은 간장 냄새 같기도 하고 인분 냄새 같기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간장 썩는 냄새가 난다고 마타리를 ‘패장(敗醬)’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아주 더운 날씨만 아니면 나름 신선한 느낌이 드는, 견딜만한 정도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마타리·뚝갈은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꽃이라 우리 소설에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황순원 단편 ‘소나기’에서 소년이 소녀에게 꺾어 준 여러 가지 꽃 중에서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바로 마타리입니다. 소녀가 마타리꽃 이름을 듣고 얼굴에 보조개를 떠올리며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이는 장면도 나옵니다.
신경숙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 중에서 ‘그는 지금 풀숲에서’라는 단편에는 마타리와 뚝갈이 같이 나옵니다. 주인공이 교통사고가 나서 숲속에서 움직이지 못할 때 ‘그는 차가운 가을밤 잣나무숲에 퍼지고 있는 밤의 냄새를 깊이 마셨다. 밤공기 속에는 가을 산에 질펀한 용담이나 마타리, 뚜깔의 신선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는 대목에 있습니다. 마타리와 뚝갈 정도를 알아두면 숲길에서 만났을 때 더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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