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좋은 영화, 좋은 책, 좋은 시간
K팝이 해외 무대에서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국내에서 환호하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
한편으로는 이런 환호가 그저 ‘국뽕’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면서
과연 해외에서는 K컬처의 진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신간 ‘케이팝은 흑인 음악이다’는 미국 학자가 한국학 아닌 미국학의 렌즈로
K팝을 바라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책입니다.
저자 크리스털 앤더슨은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인 케이팝 연구자.
그는 자신의 주 연구분야인 ‘초국적 미국학’, 즉 국적을 초월해서 미국이 끼친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의 방법론으로
K팝을 들여다봅니다.
결국 K팝은 힙합이나 R&B 등 흑인음악의 영향을 받아 그걸 나름의 방식으로 발전해 나갔는데,
흑인음악이란 백그라운드가 서구 무대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양분이 되었다는 논지이지요.
저자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
연구서이지만 여기저기서 흑인음악의 힘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었고,
“K팝 잘 나가는 건 우리 흑인음악 덕분!”이라 외치고 싶은 속내가 보이기도 하지만
해외 학자가 이렇게나 K팝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니,
경탄하며 읽을 수도 있는 책이었습니다.
“K팝 뿌리에는 R&B”… 미국학 렌즈로 들여다보다
우리는 매력적인 사람을 보면 사진 찍기 원하고 귀에 감기는 노래를 들으면 따라 부르려 한다. 영화에 이목구비가 있다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그 초상을 그려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김혜리 산문집 ‘묘사하는 마음’(마음산책)에서 옮겨온 구절입니다.
영화 전문잡지 기자인 저자는 이자벨 위페르, 톰 크루즈 등을 다룬 배우론, ‘옥자’나 ‘스타워즈’ 등의 영화에 대한 리뷰를 엮은 책의 머리말에서
“내게 허락된 재료로 방금 본 영화와 비슷한 구조물을 짓고 싶었다”면서
본인이 영화를 따라다니며 한 일은 ‘묘사’에 가장 가까울 것 같다고 말합니다.
서평담당 기자가 책을 ‘따라다니며’ 하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정된 시각적 이미지가 있는 영상에 대한 인상을 글로 옮기는 일을 얼굴을 묘사하는 일에 비긴다면
읽은 이들 각자에게 고유한 이미지로 남는 책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은 추상화에 좀 더 가까울까요?
책에도 이목구비라는 게 있는 것일까, 고민해 보았지만 답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좋은 영화’와 ‘좋은 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글 쓰는 이의 마음결은 결국 비슷할텐데 말이지요.
“우리는 기상천외한 사건이 아니라 양질의 시간을 찾아 영화관에 간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가 ‘봉인된 시간’에 쓴 이 문장을 인용하지요.
인간은 보통 잃어버린 시간, 놓쳐버린 시간, 또는 아직 성취하지 못한 시간 때문에 영화관에 간다.
한 친구가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혼자 시간과 세계를 장악하는 느낌이 좋아서 책을 읽는다.
책이든, 영화든 인간이 예술을 향유하는 이유는 결국 ‘좋은 시간’을 누리기 위해서 아닐까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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